•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탐사] 베이비박스 2곳에 2000명… 정부지원·사회인식 개선 급하다

[아투탐사] 베이비박스 2곳에 2000명… 정부지원·사회인식 개선 급하다

기사승인 2020. 12. 06. 18:2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투탐사 로고
주사랑1-side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 = 최현민기자
최근 아동 학대와 더불어 영아 유기 건수가 증가하면서 ‘베이비박스’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영아의 생명을 구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더욱이 베이비박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지난 10여년간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며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가 정책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년간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1939명의 영아들
6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찾았다. 교회 옆 계단을 오르자 담벼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이다.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이곳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이후 약 11년간 1805명의 아기가 이 곳에 유기됐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2010년 4명, 2011년 35명, 2012년 79명,2013년 252명, 2014년 253명, 2015년 242명, 2016년 223명, 2017년 210명, 2018년 217명, 2019년 170명, 2020년 120명의 영아가 베이비박스에 남겨졌다.

2014년 5월 두번째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 들어온 영아는 2014년 28명, 2015년 36명, 2016년 29명, 2017년 13명, 2018년 10명, 2019년 8명, 2020년 10명으로 총 134명이다.

두 곳을 합치면 2000여 명에 육박한다.

가정 상황별로 보면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자 비율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68%에 달했던 비율은 올해 기준 72.1%로 4.1%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외도로 인한 영아 유기는 16%에서 13.2%로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올해 기준) 20대가 52%로 가장 많았고, 30대(28%), 10대(12%), 40대(6%), 기타(3%) 순이다.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영아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된다. 이후 지구대의 정황 조사와 DNA 검사를 거친 뒤 관할 구청으로 인계돼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이후 영아 일시보호소에서 임시 보호를 받다가 입양 혹은 가정 위탁되거나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대부분의 영아는 보육시설로 보내지고, 입양·가정위탁되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출생신고가 의무화된데 따른 결과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 위탁되거나 입양되려면 출생신고가 돼 있어야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들은 대부분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전까진 입양 동의서나 양육권 포기 각서가 있을 경우 입양이 가능했다. 하지만 입양을 통한 아동학대, 인신매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법이 개정된 이후 출생 사실을 숨기려는 부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2012년 법 개정 이후 입양보내는 이들의 모든 신상이 공개되게 됐다”며 “이 때문에 입양이 확 줄어들었고, 대부분이 영아들은 보육시설로 쏟아져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한때 서울에 있는 보육원이 꽉 찼다고 해서 지방으로 내려보내졌고, 현재도 들어오는 영아들도 지방으로 보낼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모순적인 법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밖에 내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군포 새가나안교회 베이비박스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권사 A씨는 “얼마 전 들어온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옷에 싸여서 왔다”며 “따뜻한 옷에 잘 감싸져서 와야 하는데 추운 날씨에 저체온 증세도 보여 아주대병원으로 긴급히 이송했고 최근 증세가 호전돼 퇴원 후 일시보호소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A씨는 “아기를 맡기는 것은 생명을 살려달라는 뜻”이라며 “현재 이곳을 통해 들어온 10여명의 아이들은 교회 성도들이 위탁받거나 입양해 양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락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가 베이비 박스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최현민기자

◇정부 차원 지원 미흡…육아 환경 조성·한부모 가정 인식 개선 우선돼야
최근 베이비박스 인근에 유기된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가족부·법무부·보건복지부·교육부·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는 지난달 16일 미혼모들의 임신·출산 및 한부모의 자녀 양육 등 관련 지원을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대책’을 합동 발표했다. 시설 입소나 정부지원 연계 같은 초기 지원 강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현재 전국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은 기본생활지원시설(22곳)과 공동생활지원시설(42곳) 등 64곳이다.

특히 정부는 우선적으로 영아 유기나 살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등에서 친모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관악구 베이비박스가 처음 만들어지고 난뒤 지금까지 영아 유기를 늘린다는 논란이 지속되다보니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 조심스러웠다”며 “영아 유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출생 신고 시 미혼 산모의 개인정보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미혼모가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한부모가정 지원금이 지급되려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안 되고, 받는다 하더라도 20~70만원 수준이다. 또 차량을 소유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저임금에 지원금을 더해도 150만원이 되지 않아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보호출산제 역시 친부모가 아이를 키울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한 이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초기 상담부터 출산 이후 양육까지 지원 할 수 있는 위기임신출산 지원체계를 만들어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혼모들을 도울 실질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출산과 양육을 위한 지원이 없다면 출산 이후 겪는 산후 우울증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결국 영아 유기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 후가 아닌 임신 상태에 있는 미혼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보호출산제가 아닌 강력한 위기임신출산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 정부는 미혼모를 위한 관련 정보제공과 긴급지원, 긴급쉼터 제공, 의료 법률서비스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영아유기 방지를 위한 ‘출생통보제’도 거론된다. 산모가 아니어도 병원이 국가기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제도다. 이 과정을 거치면 모든 아동은 국가의 공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지난 5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미혼모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 가정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낙인이 더 깊어진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지원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해 외국처럼 보편적인 수준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빈곤의 굴레가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위축을 유발해 원활한 사회적 교류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더불어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인식 개선 교육이 실시되면 미혼모가 늘어난다는 말자체가 편견이고 개선해야 할 사회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미혼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생기면 미혼모의 양육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혼부의 양육 책임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 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의 도입은 요원한 상태다.

정 교수는 “미혼모만 부각되지만 사실 미혼부도 있다. 국가가 미혼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10대 임신률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새가나안1-side
경기도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사진 = 천현빈기자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