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과 각급 지방 정부 및 기관들이 불법으로 관리하는 비자금인 이른바 소금고(小金庫)가 2013년을 기준으로 1000억 위안(元·17조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늘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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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쓰촨(四川)성 더양(德陽)시에서 열린 소금고 근절 세미나 전경. 중국이 소금고의 존재로 인해 상당한 골치를 썩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베이징의 유력지 징화스바오(京華時報)의 11일 보도 등을 종합하면 중국 중앙과 각급 지방 정부 및 기관들의 소금고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해야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법적으로 예산을 배당받고 그 안에서 살림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당정 관리들에 대한 사정 작업이 더욱 강도 높게 진행 중임에도 전국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액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0년 500억 위안을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꾸준히 늘어 급기야 1000억 위안 시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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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고의 만연을 풍자한 만평./제공=징화스바오.
소금고의 수도 놀랍기만 하다. 2013년 말 현재 최소한 10만 개는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1개의 소금고에 100만 위안의 액수가 적립돼 있다는 계산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일견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10만 개에 이르는 소금고 중에는 행정 구역의 최말단인 촌(村)의 소유까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산에 못지 않은 짭짤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중앙과 각급 지방 정부 및 기관들의 소금고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분식회계를 통해 장부를 조작하는 것이 꼽힌다. 비밀 예금과 산하 금융기관을 통한 예·대출금 조작 등의 고전적 방법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하나 같이 부정한 방법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문제는 소금고가 개인보다는 집단의 부정부패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사실에 있다. 때문에 그와 관련된 비리에 연루돼도 도덕적 불감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처벌도 무겁지 않다. 소금고가 철폐의 대상인 적폐면서도 온존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보인다.
물론 중국 사정 당국은 앞으로 소금고를 철저하게 단속, 완전 발본색원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감사원에 해당하는 심계서, 기율검사위원회 등의 조직을 풀가동, 전국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이런 의지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과연 잘 될까 하는 일부 비관적 전망이 여전히 없는 것은 아니나 소금고의 운명이 이제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