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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CJ그룹 비자금 조사 알았나? 서미갤러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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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기자

승인 : 2013. 05. 24. 06:01

청담동 갤러리 문닫아...가회동 갤러리, 한남동 빌라로 이전
과거 서미갤러리 청담동 분점인 '서미앤투스 갤러리'가 있던 자리. 현재 다른 갤러리로 바뀌었다. /사진=정희영 기자

‘서미갤러리가 사라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매한 고가의 미술품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개되면서 ‘서미갤러리’가 또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대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 및 돈세탁의 통로로 이용되면서 대기업 비자금 사건마다 거론되는 곳이다. 

23일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 존재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쥔 서미갤러리를 찾아 나섰다.

서울 청담동 청담사거리 인근에 위치했다는 서미갤러리 분점인 ‘서미앤투스’. 언론에도 여러 번 공개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미앤투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에 알려진 곳에는 이미 다른 갤러리가 들어서 있었다.

인근 꽃집 주인은 “서미앤투스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서미갤러리 홈페이지에 갤러리 위치 정보가 삭제됐다.
갤러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서미갤러리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나 전시회 등 다른 정보는 그대로 제공하면서도 주소, 연락처 등 갤러리 위치 관련 정보는 삭제한 상태였다. 

한 주민은 서미갤러리가 운영하는 수입가구점인 ‘비트라(VITRA)’가 인근에 있다고 알려줬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해외에서 수입한 고급가구를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 14일 홍 대표가 탈세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때 거론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미술품 매출을 누락하는 등의 수법으로 법인세 30여억원을 포탈한 것 외에도 가구 수입가격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부가가치세 1억2000만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비트라는 서미갤러리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매장 직원은 비트라가 서미앤투스가 운영하는 곳이며 홍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서미앤투스 관련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청담동의 고급 수입가구점인 '비트라(VITRA)'. /사진=정희영 기자

서미갤러리는 대기업 비자금 사건에 계속 언급되면서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CJ그룹 비자금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직전에도 홍 대표를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개인적인 탈세 의혹 수사 뿐만 아니라 대기업 비자금 의혹 수사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 일가는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서미갤러리로부터 미술품 138점을 1422여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33점은 10억원 이상의 고가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서미갤러리는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2011년 오리온 비자금 사건 때도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서미갤러리가 대기업 오너들의 돈세탁 창구로 알려진 것은 2008년 삼성 특검때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서미갤러리. /사진=정희영 기자

홍 대표는 저축은행과 오리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서미갤러리에 관심이 쏠리자 지난해 서울 가회동에 위치했던 서미갤러리의 문을 닫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로 이전했다.  

한남동 갤러리는 한적한 주택지에 위치해 있었다. 그 흔한 갤러리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일반주택처럼 위장한채 완벽하게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도 서미갤러리를 모른다고 답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서미갤러리 위치를 확인해줬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미갤러리에는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서미갤러리가 맞느냐는 질문에 “여기는 그냥 가정집”이라고 말하며 황급히 차를 타고 떠났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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