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생소한 법이 출현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소수의 이동통신사와 단말제조사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자율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보 격차에 따른 공정성의 위배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정보 격차는 정보의 습득 수준에 따라 최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고, 누구는 저렴하게 누구는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화되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결국 그 정화 작업은 단통법이라는 법적인 규제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단통법이 발의된 이후 시행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 기간 동안 사업자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해 단통법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될 때다. 결국 그 판단은 수요자인 고객과 국민들의 몫이며, 그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단통법이 된다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고객이 현명해져야 한다.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의 격차가 줄어들어 기존처럼 휴대폰 할부원금만 좇아 구매해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가 없다. 기존처럼 고가의 요금제를 3~4개월 사용하고 바꾸는 것이 아닌, 휴대폰 구매 시점부터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약정할인, 제휴할인 등의 혜택도 적극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이동통신 유통 정책이 ‘휴대폰 판매’에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가입자 유지’에 맞춰질 것이고 우회적인 보조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기존의 고가 요금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신 고가 스마트폰과 번들링으로 판매해 매출을 늘리고, 음성 무제한과 데이터 무제한 등의 요금제를 내세워 통신서비스 이용의 과소비를 부추겼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단통법을 통해 보조금 사용이 줄어들고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만큼 그 효용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혹여 기존의 정책을 유지해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 화살은 결국 통신요금으로 돌아갈 것이다.
제조사들도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가격경쟁이 이뤄지며 이제는 새로운 경쟁에 나서야 한다. 중국 등 해외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한국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 전형적으로 고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형성된 알짜 시장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중저가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단통법 시대가 되면 기존 프리미엄 위주의 제품 정책은 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과 같은 유통점에게도 위기 혹은 기회의 시기가 올 것이다. 판매점 사전승낙제 등 유통점에게 있어 법적인 규제가 강화되어 위기로 바라볼 수 있으나, 오히려 보조금 대란을 통해 이익을 얻은 곳은 소수일 뿐 대다수의 유통점은 단골고객마저 빼앗긴 것을 생각해본다면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은 아니다.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시장이 축소되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유통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신, 기존과 같이 한정된 상권에서 판매 마진을 높이기보다는 매장과 온라인 판매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유통 형태 등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 판매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통법은 단순히 규제의 관점에서 바라볼 사안은 아니다. 이동통신은 5000만명의 전국민이 이용하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아닌가. 또한 통신사·제조사·유통점 등 이동통신산업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단통법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단통법 본연의 목적에 맞게 가계통신비 절감과 공정성의 확보라는 측면을 이해 관계자 모두가 함께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