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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몇몇 기업에 대한 미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업계가 일제히 맞이한 거대한 ‘흐름’에 있다. 산업계를 아우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이른 바 ‘원샷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원샷법은 기업들의 인수합병 등 사업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특별법으로 한번에 풀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수시장에서 벌어지는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을 막고, 보다 경쟁력 있는 체제로 산업을 재편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산업이 사면초가인 상태에서 ‘원샷법’의 등장은 필연적이었지만 연내 국회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를 비롯해 조선·철강·석화 등 13개 업종단체가 나서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강조했고 대통령까지 거의 날마다 당부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국회에선 재벌에게 특혜가 될 것이란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공급과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4중 안전장치를 뒀다. 심지어 재벌 보단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무의미한 특혜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주력 산업을 팔거나 합병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화학회사 듀폰과 다우케미칼이 합병해 ‘다우 듀폰’이라는 화학 공룡회사로 새롭게 탄생했고 일본 철강사 신일철은 스미토모금속과 합병해 생산량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소니는 PC사업을 VJ홀딩스에 매각했고 세가는 아케이드게임 사업을 분할했다.
물론 올해 한국에서도 생존을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었다. 한화와 롯데가 삼성의 방산·화학계열사를 인수했고 CJ는 방송사업을 SK에 매각했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압박을 가해야만 가능했을 변화다. 정부와 국회가 이 같은 산업계 재편을 적극 지원해야 할 상황이지만 한국의 제도경쟁력은 34개 OECD 회원국 중 29위로 거의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유가’라는 변수가 눈앞을 가리고 있어 경영환경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혼란을 주고 있지만 이 변수가 사라지는 날 경쟁력 잃은 한국산업을 눈앞에서 보게 될지 모른다. 원샷법이 조속히 통과돼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절박한 기업들의 발목이 아닌 손을 잡아 지원해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