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야3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비상기구를 만들어 대통령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추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제안한 후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자 일방적으로 약속을 폐기한 직후였다. 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퇴진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나라가 어찌됐든 상관없이 박 대통령에게 무조건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제1야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임기가 보장돼 있는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먹겠다"며 사표를 던지는 자리가 아니다. 말단 공무원도 잘못이 있으면 사표사유에 대한 심의·징계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무조건 물러나라니 이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비상기구를 구성한다는 구상도 비정상이다.
우리나라 헌법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허용하고 있다.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형사상 범죄혐의로 기소되지 않는 특권이다. 이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권위를 유지하면서 일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이 규정은 1948년 제헌헌법 당시부터 유지돼 온 정신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무조건 물러나라니 법을 전공한 변호사출신의 추 대표나 문 전대표가 할 말인가.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下野)나 2선 후퇴를 거부하는 현 상황에서는 탄핵만이 유일한 합법적 퇴진운동임을 야당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탄핵추진을 외면하고 '무조건 퇴진'만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속셈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이 하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하야시켜야 하고 탄핵은 그런 단계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촛불집회와 시국토론회 등을 거론하면서 "퇴진운동이 확산돼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 촛불집회가 폭력시위로 발전해 4·19와 같은 혁명적 사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말로 해석된다. 폭력시위로 정권이 무너지면 이에 편승해 정권을 줍겠다는 속셈이 들여다보인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55년 전 정치행태를 반복하려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대통령의 진퇴여부는 반드시 헌법질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정권교체도 반헌법적 수단이 아닌 정정당당한 선거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이를 가능케 한 박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야당도 국가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