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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일선풍기, 3대의 여름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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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승인 : 2017. 07. 11. 07:30

지난해 매출 사상 최대 실적...일 평균 6000대 생산
1900여종 다양한 제품 90% 수작업으로 조립
출고까지 3단계 품질 검사로 불량률 제고...400시간 작동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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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 천안 공장의 생산동의 생산라인 벨트. 작업의 90% 이상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사진=김진아 기자
경기도 평택역에서 내려 충남 천안 방향으로 30분 가량 달리다보면 회색 건물이 보인다. 2014년 둥지를 튼 59년 전통 신일산업의 공장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화성·천안까지 세 번 공장을 이전한 신일산업에게 천안 공장은 겨우내 한파를 견디고 봄날을 맞이하게 해준 곳이다.

신일산업은 공장을 이전한 2014년부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13.66%에 불과한 김영 회장의 낮은 지분율이 불씨가 돼 소액주주들의 제기로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소액주주 모임이 경영 일선 참여를 선언하며 신일산업은 2014·2015년 각각 1억6000만원·5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경영난에도 재기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신일산업은 지난해 4월 김권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 경영혁신을 꾀했다. 120여명의 직원들도 손발을 맞춰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245억원으로 근 10년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5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에도 성공했다. 튼튼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노력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여름 더위를 식힐 선풍기 제조시기는 3~6월. 지난달 28일 공장 가동시기에 맞춰 찾은 신일산업의 공장 곳곳은 분주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더위는 신일산업에게는 최고 대목이었다. 특수팬을 포함한 2016년 선풍기 판매량은 약 145만대. 올해도 이어지는 무더위에 천안 공장의 생산라인은 풀가동되고 있었다.

일일 평균(8시간 기준) 6000대 가량 생산되는 공장은 1·2층으로 된 생산동·물류동·연구소로 구성돼 있다. 생산동 3개 라인 컨베이어 시스템 근처에는 대다수 제품을 조립에서 검사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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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생산라인 당 배정된 2개의 검사실. 제품의 기능과 전력 등에 대한 검사가 이뤄진다./사진=김진아 기자
이병기 신일산업 생산관리팀 차장은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다보니 누적 제품개수가 1500여개에 이릅니다. 매달 평균 2~3개씩 출시되는 신제품 출시를 고려할 때 기계보다는 사람이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죠”라고 말했다.

실제 포장을 제외한 생산동의 작업 90% 이상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효과는 0.5~1.0% 미만의 불량률이 입증한다. 한해 생산되는 35만대의 선풍기 중 불량품은 3500개도 안 된다는 의미다.

비결은 철저한 검사다. 한 대의 선풍기는 출고되기까지 부품입고 검사·중간 검사·완제품 검사 등 3단계의 품질 검사를 거친다. 모든 제품은 1층 생산라인의 두 개 중간검사실을 거치며 기능 점검을 받는다. 포장을 마친 제품이 보내지는 곳은 2층. 생산동 2층에는 부품검사실·생산출하검사실·하동절기내구성시험실·KS규격실 등이 있다.

생산출하검사실에 들어서면 ‘윙-윙’거리는 제품 작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곳에서는 제조된 선풍기를 비롯한 여러 제품을 국가 표준에 맞춰 검사한다. 각 제품을 400여시간 가량 작동시키며 문제점을 모니터링한다.

제품에 포함되는 부품 자체에 대한 검사도 진행된다. 직접 부품 검사실로 안내했던 이원호 신일산업 품질경영팀 부장은 “부품 속 신체에 유해한 물질 때문에 생기는 안전상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마련한 장비”라며 X선 형광 분석기를 소개했다.

생산동을 빠져나와 연구실 건물로 들어서면 회전날·바람세기가 다른 여러 대의 선풍기와 가습기·히터·블렌더·청소기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 그리고 전시장 한켠에는 밀폐 용기에 보관된 40년 전 신일산업이 만든 파란 날의 선풍기와 제품을 기증한 고객의 손편지가 보인다.

‘존경하는 신일산업 임직원님께’로 시작하는 편지는 “노쇠하여 여기저기 상처 나고 보잘 것 없지만 분명 제겐 저희집 가전제품 1호이자 3대에 걸쳐 여름을 지켜 준 소중한 친구이자 보물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국민가전으로 사랑받아온 비결은 불굴의 기술개발이다. 선풍기 성능은 회전날과 모터가 결정한다. 신일산업의 노하우가 담긴 ‘볼베어링 모터’는 소음은 물론 열이 적게 발생해 선풍기의 성능을 최적화시킨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도 여름가전은 ‘신일’인 이유다.

지나온 길에 나태함이 없었듯 신일의 미래도 기술개발에 맞춰져 있다. 신일산업은 올해 국내 최초 ‘음성인식 선풍기’를 출시한 데 이어 글로벌 인증기관 SGS로부터 고속바람을 인정받은 ‘에어 서큘레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제품 ‘에어 서큘레이터 터보’는 출시 2달 만에 누적판매 20만대를 돌파했다.

창사 60주년을 맞는 신일산업은 매출 2000억원, 영업익 20% 성장목표를 갖고 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어려움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동력은 ‘기술력’으로 쌓은 고객과의 신뢰였던 만큼 지속적인 브랜드마케팅·연구개발 투자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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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3대가 사용하고 기증받은 신일산업의 옛 선풍기 모델. 제품을 기증한 고객이 직접 적은 4장의 편지가 진열되어 있다./사진=신일산업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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