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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태국에서 최근 남부 말레이반도를 관통해 인도양·태평양을 잇는 135㎞ 길이의 크라 운하 건설 계획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크라 운하는 연간 8만여 척의 선박들이 오가는 혼잡하고 비좁은 말라카 해협을 우회해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을 연결하는 신항로 프로젝트다. 운하가 건설되면 기존의 항해 거리와 시간은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이 운하 건설 프로젝트는 16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태국 아유타야 왕조 때부터 구상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에도 수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비용·기술 등의 문제로 번번이 실현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 건설을 간곡히 염원하는 국가는 다름아닌 중국이다. 중국은 수입 에너지의 80%를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어 만일 운하가 건설되면 말라카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즉,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에 의한 물자 수송로 봉쇄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운하 건설을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7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크라 운하 프로젝트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례로 현재 태국 내 크라 운하 프로젝트 지지세력이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크라 운하 건설에는 약 280억 달러(약 31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매체에 따르면 퇴역 장군·정치인·사업가·교수 등 중국과 관계가 깊은 영향력 있는 태국 인사들은 최근 자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주력 중이다. 이들은 크라 운하 프로젝트가 2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부 집권 이래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이어온 태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퐁테프 테스프라티프 전 태국 육군참모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타이운하연구개발협회는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에 사업 타당성 조사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며, 보킨 발라쿨라 전 태국 부총리가 이끄는 태국중국문화경제협회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다. 태국 퇴역장군들은 지난해에도 중국 사업가들과 함께 현지 어부에게 가이드를 요청하며 남부 안다만 해안을 직접 답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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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특히 크라 운하가 항구 도시 말라카 인근에서 추진중인 항구 프로젝트인 ‘말라카 게이트웨이’ 등 거액의 자금이 투입된 말레이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무색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BRF)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크라 운하 건설과 관련한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고 중단을 요구했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항구·관광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운하가 건설되면 싱가포르는 해운 교역의 약 30%를 빼앗길 것으로 추산된다. 닛케이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하는 것은 동남아 최대 부국이자 역내 주요 교역 허브인 싱가포르를 우회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동남아 내 경제력을 재편성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태국 정부는 양국이 크라 운하 건설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했다는 관련 보도를 부인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운하 건설이 주변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남부 지역이 운하로 나뉘어지면 정부군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말레이계 무슬림 분리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크라 운하 프로젝트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