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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66)은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개헌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헌 관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문재인정부 첫 국회의장으로서 다음달 1일부터는 새 정부 첫 정기국회에 돌입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 보다 여소야대 4당 원내교섭 단체 체제에서 ‘협치’를 일궈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여야 4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정 의장의 경륜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비상 정국에서도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정의 든든한 주축됐던 정 의장이 남은 1년의 임기 동안에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다.
정 의장을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1시간 동안 만나 개헌과 협치, 국회선진화, 남북관계 개선, 각종 현안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정 의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한 개헌과 관련해 “국민 75%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금처럼 개헌의지가 전 국민적으로 확실하게 있었던 적이 없다”며 개헌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정 의장은 개인 입장을 전제로 정부 권력구조 형태에 대해 “내각책임제는 바람직한 민주주의 모델이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현행 대통령제에서 권한을 줄이거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정 의장은 북한에 대해 “현재 이란의 경험을 참고하라고 하고 싶다”면서 “이란이 국제 사회의 주선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경제 등 전체적으로 선순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북한이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서 1년 정도 임기가 남았는데 꼭 이루고 싶은 현안이 있다면?
“가장 큰 과제는 헌법 개정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 또 협치의 모델을 정립하고 싶다. 사실상 다당제 체제의 첫 국회이기 때문에 다당제 아래에서의 협치 모델의 전형을 만들어 내고 싶다. 민생 관련 법은 적극적으로 국회도 협조하는 ‘상(像)’을 정립하고 싶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 지금 국회 개헌 특위가 구성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거듭 약속했다. 국민 75%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다. 지금처럼 개헌의지가 전 국민적으로 확실하게 있었던 적이 없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꼭 성공시키겠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 지지를 받아 차질없이 개헌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가 안 되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개헌에 호의적인 때가 없었다. 개헌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아홉번 했는데 대부분 권력자들이 정파간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것이었다. 3선 개헌부터 ‘사사오입’ 등이 그렇다. 87년 6·10항쟁 때 만들어진 지금의 헌법만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 87년 때보다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실제 김형오 국회의장(18대)과 강창희 국회의장(19대) 당시에는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개헌특위가 설치된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국민도 개헌에 긍정적이고 대통령도 개헌 의지가 높고 국회도 적극적인 만큼 국민·정부·국회, 이 3자가 함께 하는 개헌을 논의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잘 통합해서 개헌에 성공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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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라고 본다. 첫번째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성공해야 한다. 두번째는 권력구조 개편을 어떻게 합의하는가의 문제다.”
-국회의장의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입장에서의 개헌 방향을 조언한다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선거구제는 득표율에 비례되는 등가성이 확보되고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의석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소수표를 얻고도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현재의 선거구제 단점을 개선해야 한다. 권력구조는 분권이 핵심이다. 입법·행정·사법부간 중앙권력의 수평적 분권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분권도 이뤄져야 한다.”
-개헌의 방향성이 일반 국민과 전문가, 정부, 정치권의 입장이 다를 땐 어떻게 접점을 찾을 생각인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수용이 가능한 정치여야 한다. 권력 분권과 관련해 내각책임제는 적절치 않다. 바람직한 민주주의 모델이지만 국민들이 아직 직접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한다. 현행 대통령제에서 권한을 줄이거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면 국민투표 통과가 안 될 것이다. 국민 개헌특위가 이제 국민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위해 오는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를 연다. 저도 토론회에 참석해서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
-이번 개헌 국민토론회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대통령 선거제도도 논의되나?
“물론 논의한다. 구체적인 것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고 개헌의 근간이 되는 철학, 방향 등을 논의하고 헌법에 반영할 수 있다.”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등은 정치권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라는 게 일방통행은 안 된다. 각 당이 당리당략 수준을 넘어 국가적 이익 차원에서 접근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국익을 위해 각 정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입장을 정해줘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지 않은 심혈을 쏟고 있는데?
“남북이 결국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최근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인데 남북간 경제협력을 하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핵문제로 북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제재는 어디까지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남북문제를,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민족이 살 길이다. 국회도 나름대로 남북 의회간 대화도 생각했는데 아직은 북한의 경직적 태도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정권에 촉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 이란의 경험을 참고하라고 하고 싶다. 이란이 국제 사회의 주선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경제 등 전체적으로 선순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점을 북한이 참고해서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세계가 다 잰걸음으로 뛰고 있는데 남북은 핵문제로 정체되고 있다.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손해다. 북한이 태도 변화를 빨리 해서 밝은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민생·개혁 입법’ 국회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여야간 협치가 관건인데?
“여야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을 돕는 풍토를 만들 수 있도록 의장으로서 적극 소통하겠다. 제가 매주 월요일 원내대표 정례회의를 만들었는데 그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여야간 갈등이 있어도 일단 매주 월요일 모여 논의하는 게 중요하고 본다. 입법부에서 여야 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꼭 만들겠다. 지난해 국회의장 첫 연설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판하고 검찰개혁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절차 등을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야당 대표들과도 신뢰관계를 끈끈히 하면서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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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회가 (몸)싸움을 그만둔 지 오래 됐다. 예전에는 ‘동물국회’라고 하지 않았나. 국회 선진화법 이후 (몸)싸움은 없어졌다. 물론 ‘입씨름’은 있다. 국회라는 곳이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면 안 되지만 국가적인 이익을 놓고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는 곳이니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언론들도 ‘균형 있는’ 보도를 해 줬으면 한다. 문제 있는 것을 더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론들도 생각하고 있다. 국회와 국민간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우리 언론들이 균형있고 건강한 방향으로 보도를 많이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논쟁이 붙은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견해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당이 당장 손보는 것에 반대하면 시행시기를 20대 국회에서는 넘기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와 국회의원,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보나?
“상전벽해가 됐다. 지금 국회는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졌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예전보다 월등하게 높아졌다. 의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를 만들었다. 국회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두고 그렇지 않은 특권이랄 수 있는 것들은 고치는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불체포 특권’을 손봐서 ‘방탄국회’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또 선출직 의원들은 민방위 훈련 면제를 받았는데 그것도 없앴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특권 역시 없애고 있다. 국민들께서 이런 노력들을 알아 주시고 국회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국회가 가야 할 길이 더 먼 것 같은데?
“5당 체제 아래에서는 ‘협치’를 잘해야 한다.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감시하면서도 민생 문제나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에 있어서는 도와주고 ‘협치’ 해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야당들이 제가 요청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 국민들이 매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만나니 안심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하도록 주선하겠다. 어느 정당이든 자기 욕심만 부릴 수 없지 않나?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제언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한다. 지금까지 잘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본다. 다만 과거 정권이 권위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아 생겼던 부족함이 재현되지 않도록 잘 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사회 현안과 관련해 최근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청년들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본다. 청년세법, ‘열정 페이 방지법’을 발의한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북핵 문제 등 이렇게 문제가 한 번에 중첩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경우에 따라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국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좋던 싫든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다. 거기에 국회도, 정부도, 기업도 빠르게 대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낙오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 의장이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는데?
“모든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은 다 대권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바보같은 소리다.(웃음) 지금 (대권을) 생각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시대를 열 것인가에만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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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개헌과 남북관계 개선, 여소야대 협치 외에도 청년 실업 문제 해소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 의장이 직접 나서 국회 차원에서 ‘청년세법’ ‘열정페이 방지법’을 직접 발의한 이유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 통합이나 국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
정 의장은 평소에도 “청년들의 희망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청년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약속해왔다.
국회가 청년실업이나 저출산 고령화, 북핵 문제까지 한꺼번에 우리 사회를 덮쳐 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인들이 ‘민생 국회’ ‘청년 국회’ ‘안보 국회’ ‘경제 국회’라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정치인들이 국익을 위해 ‘초당적인 헌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더이상 낙오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 의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국회도, 정부도, 기업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고 주문했다.
또 정 의장은 일각에서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대권 도전’에 대해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소리”라면서 일축했다.
정 의장은 “지금 (대권을) 생각 할 때가 아니다”면서 “어떻게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시대를 열 것인가에만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모든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은 다 대권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 ‘긴 여운’을 남겼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서 1년간 큰 호평을 받은 정 의장이 남은 1년 간 어떤 행보를 펼칠지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장을 마친 그 이후의 행보에 벌써부터 시선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