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행장, 재무·영업 등 두루 섭렵
이동철 사장은 지주 내 전략통 평가
외부 출신 김병호 전 부회장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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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게다가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 차기 회장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들 후보 중에선 현직 프리미엄에 더해 대형 M&A 등 굵직한 경영성과를 낸 윤종규 회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푸르덴셜생명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필요한 만큼 3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약점이다. 더불어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지주 내 ‘잠룡’들과 다크호스로 등장한 김병호 전 부회장이 새로운 KB를 이끌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28일 회의를 통해 윤 회장, 허 행장, 이 사장, 김 전 부회장 등 총 4인을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으로 확정했다.
차기 회장에 가장 맞닿아 있는 후보는 윤 회장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어왔다. 낙하산 인사들의 권력다툼으로 내홍이 있던 조직을 수습하고, 지금의 KB금융으로 비약적인 성장도 이뤘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등을 인수합병(M&A)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얼마전 푸르덴셜생명도 인수를 마무리 해 취약하다고 꼽히던 생명보험 부분까지 역량을 강화했다. 2017년에는 부동의 1위였던 신한금융을 9년 만에 꺾고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이에 윤 회장은 KB금융이 만년 2등이던 설움을 딛고 신한금융과 1등 금융그룹 놓고 겨룰 수 있는 만큼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임사태 등 최근 금융권을 뒤흔든 각종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대목이다. 또한 한차례 연임을 하며 6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노조와의 갈등은 걸림돌이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일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노조와의 관계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주 내 맏형인 국내은행 사령탐을 맡고 있는 허인 행장도 경쟁력 있는 후보다. 허 행장은 윤 회장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2017년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다. 허 행장은 은행 내 경영기획그룹대표(CFO)를 거쳐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부터 영업까지 두루 섭렵했다. 실적도 순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2467억원으로 신한은행(1조1407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특히 허 행장은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및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 인수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약점이던 글로벌 부문을 강화했다. 또한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리브엠’ 출시 등 디지털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작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회장 자리에 오르기에는 은행 이외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 주로 은행쪽 경력만 있기 때문이다.
이동철 사장은 지주 내 전략통이자 M&A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KB금융의 굵직한 M&A를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이다. KB금융의 리딩금융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되는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일등 공신이다. 특히 지주 내 다양한 계열사들을 두루 경험한 점이 강점이다. 은행 전략기획부장, KB금융지주 전략담당 상무,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부터 현재 KB국민카드 대표이사까지 거쳤다. 경영성과도 좋다. 코로나19 여파에 주요 계열사들이 역성장했음에도 거의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2% 가량 성장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일궈낸 결과다. 오랜 기간 풀리지 않던 노사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낸 것도 이 사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은행부터 비은행 계열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은행장 경험이 없는 건 아쉽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가 은행인 만큼 은행장 경력은 중요하다. 현재 4대 금융지주사들의 회장들 모두 은행장 경력이 있다.
김병호 전 부회장은 이들 가운데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김 전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 내에서 주요 보직들을 지냈다. 지주 부회장 직전에는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기 전 마지막 하나은행장이자 당시 ‘최연소 은행장’ 타이틀을 달았던 인물이다. 그만큼 경영능력은 이미 입증됐다는 평이다. 특히 기업금융과 경영지원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 이에 더해 하나은행장 시절 합리적인 경영판단과 함께 임직원들과도 잦은 소통으로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외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KB금융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부 사정에 약하다는 측면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은행장 경력이 7개월에 그친 것과 디지털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2년간 금융권 공백이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다음달 16일 회추위를 열고 숏리스트 4인을 대상으로 인터뷰 등 심층평가를 실시해 회장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