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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1톤 트럭인 현대자동차 포터와 기아자동차 봉고의 전기차(EV) 모델이 최근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포터 EV는 지난달까지 7747대가 팔리며 국내 소형 트럭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기아차가 올해 1월 내놓은 봉고 EV 또한 3040대 판매를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입증했습니다. 포터 EV와 봉고 EV를 지금 구매할 경우 차량 인도까지 걸리는 대기 기간만 최소 6개월에서 많게는 1년에 달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포터 EV와 봉고 EV의 판매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성이 꼽힙니다. 실제로 출고 가격이 4000만원대 초반인 포터 EV는 현재 국고보조금 1800만원과 최대 1000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포터 디젤보다 저렴한 13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전기 충전 요금 또한 주행거리 60㎞ 기준 급속 충전 약 5000원, 완속 충전 약 3000원으로 경유(약 7000원)보다 저렴합니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디젤 모델에 준하는 주행 성능을 비롯해 전기 화물차에 적용되는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주차비 할인 등 각종 세제 혜택도 포터 EV와 봉고 EV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친환경차 보급 정책의 일환으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한 점도 포터 EV와 봉고 EV의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물론 정부가 내년 전기 화물차 국고보조금을 대당 200만원 낮춘 1600만원으로 책정한 점과 전기차 충전 요금이 향후 단계적 상승을 앞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전기 화물차 보조금 지원 대수가 올해 1만1000대에서 내년 2만5000대 규모로 2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국내 소형 트럭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생계형 트럭’으로 불리는 포터 EV와 봉고 EV의 꾸준한 인기를 두고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의 지표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소형 트럭의 수요는 경제 상황의 악화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포터 EV와 봉고 EV가 국내 전기 화물차 시장의 성장에 기여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 화물차 또한 보조금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지만, 향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