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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쾌거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미나리’가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이후 이제까지 쓸어담은 상 100여개 가운데 윤여정이 챙긴 상만 무려 30여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미국배우조합(SAG)과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내리 품에 안으면서 수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이 때문에 윤여정은 “어쩌다 보니 나라를 대표하게 됐다”며 극심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미나리’ 홍보를 위한 각종 인터뷰와 무대인사에서 솔직담백하면서도 재치와 품격을 지닌 언행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연륜이 느껴지지만 젊은 세대 못지 않게 밝고 유쾌한 모습을 과시해 ‘K할머니’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가장 앞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사실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 독립영화이므로 고생할 걸 알고 있었다”고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귀국한 직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 소식이 전해지자 “자가격리중이므로 아무도 못 오니 혼술로 자축하겠다”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다.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 사람들이 인정해 줘 특별히 고맙다”는 수상 소감으로 영미권 관객들의 배꼽을 빼 놓았다.
특유의 유머 감각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시상자로 나선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를 향해 “정말 반갑다. 이제서야 뵙는다.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냐”고 물어봐 폭소를 자아냈다. 피트는 ‘미나리’를 제작한 플랜비(B)의 설립자다.
이어 “저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다. 유럽분들은 절 ‘여여’,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아들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미소짓게 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 월드스타로 우뚝 선 윤여정의 차기작은 ‘파친코’가 될 전망이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지는 재일동포들의 삶을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그는 산전수전 다 겪는 재일동포 여인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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