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색이 충돌하며 감정 일으켜...손, 망치 등으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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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온 화가 도윤희(61)는 2012년부터 독일 베를린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업해온 이유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베를린’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제목이기도 하다.
“베를린은 ‘잉여’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어요. 지나치게 친절하다거나,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어야 된다거나 그런 게 없었죠. 저의 본성과 그 곳이 맞으면서 너무나 편안했어요. 안정되고 굉장히 자유로워진 가운데 작업을 하니 작품 속에 저의 내면이 더욱 발현됐죠.”
쉰이 넘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홀연히 떠나 작품활동에 전념한 도윤희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회화 세계를 펼쳐냈다.
폭죽 터지듯 다채롭고 강렬한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그것의 물성을 더욱 되살렸다. 때문에 근작들은 색 덩어리로 강렬한 물질성을 획득하고 생명체처럼 육감적인 질감을 지녔다.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인 가운데 구멍을 뚫어 빈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익숙한 회화의 모습과 다른 매혹적 미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물감을 캔버스에 계속 올리다보면 그 두께 때문에 뭔가 반대급부적인, 아무 것도 없는 게 필요하다”며 “그래서 여기, 숨구멍 하면서 팍 뚫는다”고 설명했다.
도윤희의 작품 이미지들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질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로 통하는 커다란 입구 혹은 고대 동굴 벽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는 작가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다.
작가는 특히 자신의 작업에서 ‘색’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음악에서는 음표와 음표 사이에서 소리가 나오듯, 제 작업은 색과 색이 충돌하며 감정을 일으킵니다. 각각의 색은 각자 자기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부딪히면서 감정을 일으키지요. 색을 선정할 때 직관이 작용합니다. 저에게 색은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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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작업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면서, 생각하는 바가 손으로 바로 나오니 훨씬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또한 작업을 하다가 원하는 질감이 손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주사기나 망치 등 주변에 도구를 찾았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작품은 더욱 강렬하고 열정적으로 변화한 듯 보인다는 말에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관능적인 느낌을 받는다”며 “늘 기존의 것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1세대 서양화가이자 정물화 대가인 도상봉의 손녀이기도 한 도윤희는 20세기 최고 화상이자 아트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인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에서 2007년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포착해내고 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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