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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으로 부활한 셰익스피어 ‘리어’ “노자 사상으로 엮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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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2. 02. 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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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7∼27일 국립극장..."결국 마주할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
정영두·배삼식·한승석·정재일 등 분야별 거장들 의기투합
국립창극단_리어_콘셉트 사진
국립창극단 ‘리어’ 콘셉트 사진./제공=국립극장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꼽히는 ‘리어왕’이 창극으로 부활한다.

국립창극단은 다음 달 17∼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리어’를 초연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분야별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하고,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다.

창극 ‘리어’는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창극을 위해 극본을 새롭게 집필한 배삼식 작가는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의 사상과 엮어냈다. 리어와 세 딸,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대비시키면서 세대와 관계없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배 작가는 2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어는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다”면서 “소멸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작가는 “삶의 참모습은 명명백백하지 않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노자도 생각했을 것 같다”며 “노자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이루고 있는 물이 이야기의 전체를 떠받치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하는 정영두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극중 인물을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각자의 생을 살아내고 욕망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정 연출은 “변화무쌍한 물결 위에 서로의 마음이 갈라지고 뒤엉켜 흐르는 여정”이라며 “고요해지지 않으면 들여다볼 수 없는 물처럼 흐려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리어’라는 인물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국립창극단_리어 기자간담회(13)
국립창극단 ‘리어’의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2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소리꾼 유태평양, 소리꾼 김준수, 한승석 음악감독,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정영두 연출, 배삼식 작가./제공=국립극장
맛깔스런 대사에 묵직한 사유를 담고 있는 배 작가의 극본은 한승석·정재일의 음악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작창가 한승석은 증오·광기·파멸 등 비극적인 정서를 담은 무게감 있는 소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면서도 ‘장기타령’, 서도민요 중 ‘배치기’ ‘청사초롱’ ‘투전풀이’ 등 대표적인 경기민요를 장면에 맞게 차용했다. 이를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작품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리 색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작곡가 정재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13인조 구성의 음악과 가상악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절묘하게 조합해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무대는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의 세계로 꾸며져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달오름극장 무대 전체에 20톤의 물이 채워질 예정으로,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와 글로스터 역을 맡았다. 이들은 ‘나이 듦’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며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정 연출은 “젊은 단원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들의 소리와 연기를 보며 확신이 들었다”며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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