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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3학년생으로 졸업반인 좌완투수 브랜든 바리에라가 4~5월 등판을 마지막으로 공을 더 이상 던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4월 기준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 등에서 내놓은 드래프트 예상 순위에서 고교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분류됐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특급 유망주의 이른바 ‘절투’ 선언이었다. 그를 더 점검해보길 원하는 각 구단 스카우트들로서는 당황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나는 내가 지킨다” 고3 투수의 당찬 마이웨이
그러나 얘기를 들어보면 바리에라의 결정은 나름 일리가 있다. 그가 올해 피칭을 중단하기 직전 지난 몇 년간 드래프트에 나온 투수 유망주를 통틀어 가장 재능이 뛰어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고교 우완투수 유망주인 미국 조지아주 뷰포드 고등학교의 딜런 레스코가 타미 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를 받기로 한 사건이다.
이 수술로 레스코는 2022 드래프트에서 상위 5명 안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되던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 워낙 재능이 뛰어난 투수여서 현재는 약간 뒷걸음질을 쳐 1라운드 중반 지명이 예상된다.
이후 바리에라는 “7월 드래프트 준비를 위해 나머지 시즌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상을 스스로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 대학생을 포함해 많은 투수들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있다. 그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이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쉽지 않은 바리에라의 깜짝 결정을 보면서 이제껏 어떤 아마추어 투수도 이런 구체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없었다는 현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ESPN의 메이저리그 칼럼나스트인 카일리 맥대니얼은 “내가 이야기한 많은 스카우트들은 대학 미식축구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경기를 건너뛰는 일이 사실상 표준화된 것처럼 바리에라의 경우가 더 많은 투수들을 그들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공을 던지지 않는 현상을 부추길 초기 도미노가 될 것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교 때부터 혹사를 당하는 투수들에 관한 이야기다. 바리에라는 아직 10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90마일 중반대 패스트볼(빠른공)을 장착하고 평균 이상의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는 포-피치 투수라고 스카우트들은 평가한다. 올 봄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99마일(약 160km)에 달해 곧 100마일을 넘길 것으로 기대됐다
사실 바리에라 같은 탈고교급 투수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고교나 대학 때 엄청난 재능과 활약 덕에 드래프트에서 좋은 지명을 받고 높은 몸값으로 프로에 뛰어든 유망주 중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기대만큼 던져주는 투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 주된 원인이 부상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어린 투수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고들 한다. 600만달러(약 76억8000만원) 이상의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신중하지만 거의 80~90%는 실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시즌 말을 완전히 결석하기로 한 바리에라의 결정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스카우트들이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유사 사례는 2017년 드래프트 전 남캘리포니아의 노틀데임 고등학교에서 뛰었던 헌터 그린(23·신시내티 레즈) 정도가 꼽힌다. 그해 4월 27일 그린은 다시 투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신시내티에 전체 2순위로 지명됐다. 당시 드래프트 최고 보너스(723만달러·92억5000만원)를 손에 쥐며 입단했으나 2년도 안 돼 타미 존 수술을 받았고 2021년 복귀해 올 시즌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지금까지 결과 100마일을 가볍게 던지는 그린은 성장할 여지를 가지고 자신의 투구를 꽤 잘 수행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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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그린은 바리에라의 롤 모델이다. 고등학교 시즌 말기에 부상을 피하고 본인 드래프트 성과를 극대화했다. 그리고 프로에 입단해 최고 수준의 지도와 치료를 받았다.
물론 그린은 특별한 사례다. 그 길을 따라 걷는 바리에라도 마찬가지다. 실제 유망주 투수들이 고교 졸업 후 200만달러 이상을 거절하고 대학으로 갔다가 대학 졸업 때에는 훨씬 적은 금액에 만족하거나, 드래프트 직전 수술을 받거나, 마이너리그에서 밀려나거나, 부진한 성장세의 희생자가 돼 끝내 잠재력에 도달하지 못하는 수십 가지 다른 사례들이 존재한다. 실패하는 방법은 매우 많고 모든 스카우트와 임원, 코치, 에이전트들은 그런 선수들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잭 윌러(32·필라델피아 필리스), 매디슨 범가너(3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루카스 지오리토(28·시카고 와이트삭스), 맥스 프리드(28·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같은 1라운드 지명 투수들의 성공 모델들은 10년당 소수의 사례가 꼽힐 정도로 거의 기적처럼 보인다.
역사와 데이터가 쌓일수록 그에 따른 진화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부상을 피하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고3 때 ‘절투’를 선언한 바리에라는 새로운 변화의 서막을 알린다. 다행히 그린은 조만간 성공 모델 수준에 도달할 것이고 언젠가 배리에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류현진이 만 35세에 또 한 번의 큰 난관인 팔꿈치 수술을 받고 1~2년 뒤 복귀를 도모하겠다고 결정했다. 진화의 측면에서 10대 바리에라의 깜짝 발표와 헌터의 성공 사례는 30대 류현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류현진이 30대 후반에 재기한다면 새로운 트렌드의 막을 여는 초기 도미노가 될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