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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버리고 도망친 스리랑카 대통령, 결국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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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2. 07.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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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Lanka <YONHAP NO-1010> (AP)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 내부에 난입한 모습./제공=AP·연합
스리랑카의 경제위기 책임자로 꼽히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시위대로부터 도망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힌아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이날 TV성명을 통해 “라자팍사 대통령이 13일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고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겠단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소란이 일어날 필요가 없다. 모든 국민은 법을 존중하고 평화를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라자팍사 대통령과 함께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도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스리랑카가 연료와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식량계획(WFP)과 협상을 해야하는 만큼 새 정부가 구성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사임하며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이 스리랑카 헌법에 따라 최대 3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의회는 30일 이내 라자팍사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2년을 채울 새 대통령을 의원들 중 선출해야 한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사임의사를 밝힌 것은 분노한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습격한 이후다. 9일 수도 콜롬보에는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 10만명이 운집했고 일부가 군경의 방어막을 뚫고 집무실과 관저에 난입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시위대는 관저에 있는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풀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한 남성은 소셜미디어에서 라이브방송으로 “대통령의 방에 있다. 이것이 그가 두고 간 속옷”이라며 검은색 팬티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한 남성은 AFP통신에 “우리는 끝없는 정전을 견뎌야 했는데 대통령의 욕실에서는 에어컨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일부 대학생들이 “우리는 대통령을 도둑이라 부르며 쫓아냈다. 제발 아무것도 훔치지 말라”며 “우리는 라자팍사와 같은 도둑이 되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AP통신은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기차·버스·자전거 또는 도보로 콜롬보로 몰려 왔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광산업 붕괴, 대외부채 급증, 재정정책 실패 등으로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4월 12일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는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결국 국채 이자 7800만달러(약 1014억원)와 중국 관련 채무 1억500만달러(약 1370억원)를 갚지 못한 스리랑카는 5월 18일부터 공식 디폴트 상태가 됐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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