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친푸틴 러 민족주의 이데올로그 딸 차량 폭발사에 푸틴 반응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822010012320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8. 22. 06:54

친푸틴 이데올로그 딸, 차량 폭발사
러, 우크라 독립기념일 대규모 보복공격 가능성
1990년대 모스크바 암살 혼란 상황 연상
국내 정상 유지, 전쟁 승리 푸틴 노력 무산 가능성
침략 전쟁 확대 명분 제공하나
Russia Nationalist Killed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요원들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서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몰던 차량이 폭발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사진=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제공·AP=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그의 딸이 차량 폭발로 사망한 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할지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폭발이 1990년대 혼란스러운 러시아를 연상케 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 극우 이데올로그 알렌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29)는 20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께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부촌 오딘초보 지역에서 운전하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폭발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 친푸틴 민족주의 이데올로그 딸 차량 폭발 사망, 1990년대 모스크바 암살 혼란 상황 연상...푸틴에 침략 전쟁 확대 명분 제공하나

이와 관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친(親)크렘린궁 엘리트 일원에 대한 드문 공격이 1990년대 혼란스러웠던 모스크바의 맹렬한 암살을 연상시킨다며 국내에서 정상적 감각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전을 이루려는 푸틴의 노력을 더욱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모스크바에서는 드문 차량 폭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두긴 그룹의 극단주의자 등 많은 가장 열렬한 전쟁 지지자들이 푸틴에게 가혹한 새로운 보복 공격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크렘린궁에까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해 푸틴에게 침략 전쟁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RUSSIA-CARBOMB/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그 알렉산드르 두긴이 2014년 10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의 전쟁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젤렌스키 대통령 "러, 악질적인 일 시도 가능성"...러, 우크라 독일기념일 24일 대규모 공격하나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저녁 TV 연설에서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빌미로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이번주 특히 악질적인 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야 한다"며 "다만 러시아는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똑같은 일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가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맞춰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든 대규모 모임이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시작 이후 처음 맞는 이번 독립기념일에 종전의 군사 퍼레이드는 물론 공식 축사 행사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올레흐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23일 저녁부터 25일 이른 아침까지 36시간의 통행금지령을 포함한 일련의 이동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RUSSIA-CARBOMB/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르그라드 TV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크렘린궁 침묵...러 외무부 "우크라 개입 확인시, 국가 테러리즘 정책 이야기할 것"...우크라 "폭발 관련 없어"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이 두기나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개입 여부는 권한 있는 당국이 판단할 일"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확인되면 우리는 국가 테러리즘 정책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21일 오전 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는 어제의 폭발과 확실히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가 아니며 테러 국가는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 두긴, 제정 러시아 부활, 러시아 민족 통합 '러시아 세계' 개념 주창 이데올로그...푸틴의 우크라 침략 열렬 지지

우크라이나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긴과 두기나의 행보를 보면 이번 폭발이 최소한 반(反)푸틴 또는 친(親)우크라이나 진영의 계획된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

두긴은 실존적 갈등에 갇힌 '유라시아' 문명의 지배적 지위를 가진 제정 러시아 부활과 전 세계 러시아 민족의 통합을 강조하는 영적·정치적 이데올로기인 '러시아 세계' 개념의 주창자이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다.

NYT는 두긴이 독학한 철학자이자 오랫동안 크렘린궁에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를 촉구해온 공격적이고 제국주의적 러시아의 주요 지지자라고 평가했다. 일부 매체는 두긴이 사상가라고 평한다. 하지만 두긴이 독자적인 존재론이나 인식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 철학자나 사상가가 아니라 이데올로그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 두긴이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지만 푸틴과의 실제 관계는 불투명하고, 일부 크렘린궁 전문가들은 자주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이 종종 두긴이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말한 '노보로시야(신러시아)' 개념을 반복해 그 개념의 대중화를 도왔다고 AP는 설명했다. '노보로시야'는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 지원을 정당화하는 개념이다.

딸 두기나는 미국이 허위 정보 출처로 지목한 웹사이트 '유나이티드 월드 인터내셔널'의 편집장으로 두긴이 주간으로 일한 민족주의 TV 차르그라드 등에 출연해 두긴의 매파적 세계관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 미국과 영국 정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 두긴, 딸 차량 폭발에 머리 감싸고 오가

이번 폭발은 두기나가 아버지 두긴의 차량을 운전한 만큼 이번 폭발은 두긴을 노린 계획된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 부녀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민족주의 축제에 참석했다가 각자 다른 차량으로 귀가했다고 저명한 보수주의 작가 자하르 프릴레핀이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두기나가 탄 차량이 폭발하다 두긴으로 보이는 남성이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폭발 차량의 앞뒤를 오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