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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떤 뉴스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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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02. 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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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석 문화평론가
얼마 전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일본에 관한 다소 황당한 뉴스를 접했다. 내용인즉슨,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질 나쁜 놀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회전초밥집에 비치된 컵이나 진열된 음식에 침을 묻혀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는 영상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한다는 것인데, 짓궂은 장난으로 치부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해당 음식점은 폐업해야 할 정도로 업주와 종업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과 맥락을 같이하는 끔찍하게 무서운 설정의 영화가 있다. 바로 김기덕 감독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태 이후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스톱(STOP)'이다.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로 사고가 발생한 원전 주변 20km 내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모두 타지역으로 소개(疏開)된다. 카메라는 낯선 곳으로 이주한 젊은 부부의 비극적 삶을 긴박하게 쫓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문제의식은 의외의 것에서 드러난다. 후쿠시마로 몰래 돌아온 남편은 숲에서 어떤 남자의 수상쩍은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 남자는 방사능에 오염돼 방치된 가축을 도축해 동경의 뒷골목 음식점에 유통하고 있었다. 명분은 돈이 아니라 방사능오염으로 고통 받는 후쿠시마 원주민들의 아픔을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후쿠시마의 비극은 전기를 펑펑 쓰는 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동경으로 들어오는 원전의 송전탑을 파괴할 결심을 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뉴스와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뉴스가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들어온 대형 상선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채운 평형수를 우리나라 항구에 입항하여 배수한다는 고발뉴스였다. 뉴스에 의하면 우리 정부는 방사능 검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하나 국민정서상 아무래도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들 뉴스는 바다와 관련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평소 즐겨 먹던 생선 소비를 줄이게 됐다.

사회병리학적 관점에서 이와 같은 문제는 '리셋의 심리학'과 궤를 같이한다. 전쟁에 버금가는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를 관통한 세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벽을 치게 됐다. 세계시민이라는 자의식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타액은 다른 이에게 끔찍한 테러리스트의 것이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컵에 노골적으로 침을 묻히는 행위는 일종의 테러다. 여기엔 나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가공할 영화 '스톱'의 설정처럼, 방사능에 오염된 고기를 전 일본 국민이 먹게 해 피폭자라는 소외를 벗어나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행위는 현재 일본이라는 주체가 취한 자의식의 반영이다. 나 혼자 죽을 수 없다면 다 같이 죽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외연 확장은 리셋된 세상을 지향한다. 기어이 모두가 감염자가 되고 피폭자가 되어야 일은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와중에도 나만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가 심연의 기저에 틀어잡고 있다는 것인데, 저마다 품고 있는 이러한 심리상태가 리셋의 심리학을 추동하고 견인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최근 일본에 관한 회전초밥집 사건 보도의 후속 뉴스도 보이는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공사장의 안전대로 사용하는 쇠 파이프를 철로에 던지는 장면을 SNS에 버젓이 올렸다는 내용이다. 마치 전투에 임한 병사가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과도 유사하다. 리셋충동으로 기저로부터 와해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이 집약되어 일상처럼 벌어지는 상태가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저변에 깔린 리셋의 죽음충동과 취약한 정당성으로 말미암아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왜곡된 권력이 만날 때, 의외의 상황에서 통제되지 않는 국지전이 발생하고 급기야 전쟁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일본에 대한 걱정은 차치하고 우리를 돌아보면, 한반도는 이미 충분히 화약고다.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적인 통제장치가 없는, 백두혈통의 무결점성만을 중요시하는 북한의 봉건적인 태도는 벼랑 끝으로 폭주하는 기관차와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후진적인 전체주의 체제의 준동에 빌미를 주거나 우발적인 대응으로 우리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전과 양상이 다른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3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시민사회와 국회는 말의 향연으로 경솔해 보이는 권부의 태도와 행동을 경계하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언론은 평화를 수호하는 파수꾼이어야 하지, 전쟁을 선동하는 미치광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쟁의 기운을 멈추어야 할 때다. STOP!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영화영상학)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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