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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삼성 반도체 기술… “국정원, 간첩대신 산업스파이 잡는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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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 정문경 기자

승인 : 2023. 0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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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 1·2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효자산업 경쟁국 추격 우려
국가 차원 전략자원 보호 강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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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기업 삼성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줄줄 새고 있다. 우리 수출 20%를 책임지는 간판 산업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가 전략자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 될 것 같던 세계 1위 LCD 디스플레이 산업을 중국에 빼앗긴 것처럼 방심하면 반도체 주도권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기관에서 본격적인 기술안보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17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발한 산업 스파이들의 주타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24건, 디스플레이 20건, 배터리와 자동차 각 7건 등 하나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 산업들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의 기술 유출건과 관련해 경쟁국가의 추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했을 때 결사 반대에 나섰던 건 산업육성과 보호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당시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구했을 때 이 정도의 보고서 만으로 중국이 삼성의 알짜 노하우를 베껴 2~3년 가까이 기술 격차를 좁힐 것으로 봤다.

그럼 작정하고 수백,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 빼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성·SK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산업에 있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하는 중국은, 낸드플래시에선 이미 한국과 격차가 미미해졌고 D램은 4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LCD산업 주도권을 어떻게 중국한테 넘기게 됐는 지 돌이켜 보라"고 전했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7년 세계 점유율 1등 한국의 LCD 산업은 현재 중국에 밀려 철수하기에 바쁘다. 2022년 기준 글로벌 LCD 점유율은 중국이 55.5%, 대만이 27.6%, 한국이 13.5% 순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일찌감치 LCD 사업을 접었고, 미처 발을 빼지 못한 LG디스플레이는 조단위 적자를 감내하는 중으로, OLED로의 전환을 위해 출구전략을 짜느라 한창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1등 업체는 BOE다. 과거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LCD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2004년 BOE는 하이디스와 일부 LCD 기술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명분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했다. 중국인 임직원들이 하이디스의 개발 서버에 저장된 기술자료 전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우리 검찰 수사 결과 중국으로 누출된 하이디스의 기술자료만 총 4331건에 달했다. BOE가 LCD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으로 지목된다. 단순히 일개 기업의 기술력이 넘어간 사건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계기가 된 셈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전문위원은 "대놓고 막기는 어렵지만, 심지어 학회에서도 중국과의 학술대회나 R&D 세미나 등의 교류를 자제 할 정도로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올 초 CES 2023에서 LG 등이 중국의 카피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첨단 OLED 기술이 담긴 제품은 전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우리 엔지니어들의 해외 경쟁사 이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김형준 교수는 "중국이 139 전략으로 한국 엔지니어들을 대거 끌고 가면서 기술 격차가 확 좁혀졌다"고 했다. 139 전략은 한국 엔지니어 1년 연봉의 9배를 3년 동안 보장해주는 중국의 파격적인 스카웃 조건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빠르게 한국을 쫓아올 수 있었던 것도 삼성·SK 기술자들이 대거 넘어간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산업보호를 위한 역할을 나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더 강화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 교수는 "국정원이 간첩을 잡는 시절은 지났고 이제 산업스파이를 단속해 국가 전략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취업 자유를 제한하기은 어렵지만, 윤리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보다는 더 엄격한 제한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고 "국가기관이 아니라면, 일개 기업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라고도 했다.

기술자들이 떠나지 않게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철 전문위원은 "엔지니어들도 설 곳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첨단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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