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수합병 계획에 조달금 70% 배정
신제품 연구개발에 25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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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IPO 전부터 공모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해 협동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IPO 이후 공모 자금 대부분을 M&A에 투입해 내실보단 외적 성장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내 로봇 산업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업의 도전적인 사업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M&A를 통한 외적 성장에만 치우쳐 경쟁력과 직결된 연구개발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두산로보틱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 IPO를 통해 조달 받을 수 있는 금액을 34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금의 사용목적을 살펴보면 타법인 투자에 2250억원, 공장 증설 및 신설에 310억원, 해외사업 추진 등 마케팅에 300억원이 책정됐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로 250억원을 책정했다. 앞서 IPO 공모 자금을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 강화를 통해 협동로봇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에 비해 다소 아쉬운 투자액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M&A에 공모자금을 몰아준다는 방침이다. 이는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억원을 기록해 전년(71억원 손실) 대비 손실 폭이 더 커졌다. 올 상반기에도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는 두산로보틱스가 조달금 대부분을 M&A에 투자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M&A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기술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올 하반기 로봇 대중화 로드맵이 담긴 '첨단로봇 산업전략 1.0'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후발 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그룹이 로봇 대중화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증액하고 있어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21년, 향후 3년간 약 240조원을 로봇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로봇 사업화 테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고 인력을 10배 이상 충원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보조기구 로봇인 EX1(엑스원)을 출시할 계획이며 로봇 플랫폼까지 준비 중에 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이 로봇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해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로봇 개발업체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하고, 2018년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를 536억원에 인수하는 등 개발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로봇 시장은 초기 진입단계로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며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경우 삼성과 LG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