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금리 '증가' 수신금리 '횡보'
“시중은행 0.2~0.25% 인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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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정책서민금융(햇살론·디딤돌 대출·소액생계비대출 등)을 제외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예대금리차의 평균은 0.66%포인트였다. 전달(0.44%포인트) 대비 0.22%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KB국민은행이 0.98%포인트로 가장 격차가 컸고, 이어 하나은행(0.69%포인트), 신한은행(0.53%포인트), 우리은행(0.43%포인트) 순이었다.
가계예대금리차는 가계대출 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건 기준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대출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은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라 이자 수익이 늘어 4조9252억원의 역대급 당기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까지 축소되는 추세였다가 전달부터 다시 확대됐다. 8월 가계대출이 9조8000억원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고,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대출금리를 인상했던 탓이다. 7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0.33%포인트에서 8월 0.44%포인트로 올랐고, 9월에는 0.66%포인트로 상승했다. 특히 8월에는 예대금리차의 확대 폭이 0.04~0.11%포인트로 비교적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0.1~0.29%포인트로 크게 뛰었다.
4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 평균은 9월에 4%를 넘었다. 7월 3.795%에서 8월에 3.857%로 올랐고, 9월에는 4.1%를 기록해 두 달간 약 0.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저축성수신금리 평균은 7월 3.465%에서 8월 3.418%로 낮아졌다가 9월에는 3.445%로 소폭 올랐다.
가계예대금리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달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시중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예적금 11종에 대한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린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우리은행이 1년 만기 정기적금의 기본 이율을 0.2%포인트 인하하고 대환대출의 우대 금리를 축소한 바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내부적으로 예금 금리 인하에 관해 검토 중"이라며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기조에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7~9월 새 20여 차례 넘게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이자 장사' 비판을 받은 바 있지만, 예대금리차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역대급 이자 수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보폭에 맞춰 시중은행들도 0.2~0.25%포인트 정도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11월 금통위 결정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