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과연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니다. 카지노가 해킹에 뚫려 승부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해보자. 이런 사태를 두고 누가 카지노 승부조작 음모론이라고 말하겠는가. 마찬가지로 선관위가 해킹에 뚫려 선거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으면, 이를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작 가능성을 은폐해서 계속 조작 가능성을 온존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월 21일 헌재 3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이렇게 밝혔다.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을 보안점검해 본 결과, 해킹을 통해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사전 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투표 관리관 도장의 이미지를 절취하여 실제 사전 투표용지와 동일한 투표지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해킹과 전자개표기 등을 통해 선거결과를 변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런 선거조작을 했다면, 선거무효소송 시의 재검표에 대비해 가짜투표지도 만들어 넣어야 하는데 재검표 현장에서 신권다발 같은 빳빳한 가짜 투표지 묶음들이 나왔다. 선관위는 '형상기억' 종이라는 세상에 없는 종이를 썼다고 변명했다. "이럴 경우 수사를 의뢰하는 게 정상적인 국가"지만 수사는 없었다.
2023년 10월 선관위가 해킹에 무방비라는 게 드러났을 때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몰지 말고 환골탈태의 개혁에 나섰어야 했다. 이제는 선거조작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줘야 했다. 그런 확신을 주지 못해 국민들이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을 외치는 게 아닌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잭팟 카지노로 상상의 여행을 해보자. 사람들은 혹시 모를 대박을 기대하면서 카지노에 간다. 그러나 만약 잭팟 카지노에 '스틸 더 카드(Steal the Card)' 갱단이 해킹을 통해 프로그램을 심고 참가자들의 패를 몰래 보고 참가자들의 마지막 카드를 다른 카드로 보이도록 조작해서 특정 참가자들이 포커 판에서 이기도록 해놓았다고 해보자.
특정 참가자들이 잭팟 카지노에서 초반에는 잃고 있다가 막판만 되면 계속 돈을 따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평상시에 쓰는 카드와는 다른 이상한 모양의 카드도 발견되었다. 이에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감시팀이 나서서 각고의 노력 끝에 잭팟 카지노가 해킹에 뚫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게 알려지면 잭팟 카지노는 어떻게 될까? 돈을 딴 참가자들은 아마도 '스틸 더 카드' 갱단의 일원이거나 잭팟 카지노까지 한패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틸 더 카드' 갱단을 일망타진해서 누가 누구와 한패인지, 누가 그런 조작으로부터 얼마를 따갔는지 전모를 다 밝혀내기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카지노는 곧장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그 카지노에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두고 '포커 부정' 사건이 터졌다고 하지 '포커 부정 음모론'이 터져 나왔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선거와 관련해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나왔다고 하는가. 윤 대통령의 비유처럼, 변사체가 나왔는데 자연사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살인 음모론'이라고 부르는 격이 아닌가.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가 독점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 독점 카지노가 해킹에 무방비라는 게 알려졌다면, 그 카지노는 이제는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내국인 고객들에게 증명해 보이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 카지노가 독점일지라도, 내국인들은 도박 이외에도 다른 오락거리가 많을 뿐 아니라 해외 카지노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어떤가? 만약 윤 대통령의 글에서처럼 국제적인 연대조직의 해킹에 무방비 상태이고 그들이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참담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그럼에도 선관위가 문을 닫기는커녕, 내국인 전용 독점 카지노처럼 더 이상 부정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도 않은 채 그저 "선거조작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국민들의 의혹만 점점 더 커지지 않겠는가.
'선거 부정' 사태는 방치할 수 없다.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주요 직책을 대법관 등 법원 인사들이 맡고 있어서 선거부정 문제를 법원을 통해 사후적으로 교정하기도 어렵다. 누군가 나서서 그런 조작 가능성을 원천봉쇄해야 한다. 해킹에 뚫린 선관위는 카지노와는 달리 저절로 퇴출되거나 정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포함한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내는 혈세를 쓰는 헌재의 헌법재판관들이 최소한의 선거 공정성 확인조차 가로막고 있다. 왜 헌재는 투표자 수 검증을 기각하는가? 문형배 소장대행 등이 지역의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인가, 아니면 지키려는 헌정질서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인가.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이런 최소한의 검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