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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철 주택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40년 이상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지켜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올봄의 시장은 다소 안정될 소지가 크다. 봄이 오는 신호는 매스컴의 현장 부동산 뉴스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설이 지난 이때쯤이면 시장이 꿈틀대는 뉴스가 매번 화제로 등장한다. 어느 아파트가 얼마에 거래되었다느니 매물이 없고 가격만 오른다는 등 겨울을 지난 봄철 경제 뉴스를 장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예측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이것은 의외이고 뉴스다. 약세를 보이는 것은 별로 뉴스가 되지 않으나 잠잠하던 겨울이 지나면서 강남 아파트 매매가가 수억 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것은 뉴스다. 이 때문에 매스컴에서 이를 집중 경쟁적으로 조명하게 된다. 자꾸 거론될수록 시장 파급효과가 커지고 이로 인해 주택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매스컴의 역효과가 생겨나는 것이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이러한 뉴스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탄핵정국에 트럼프의 공격적 관세 부과정책 등으로 나라 안팎이 극도로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면이 영향을 미친 데다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 역시 급락 내지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매매나 전세가격지수는 보합, 가격 변동률은 되레 하락하는 추세다. 또 중개업소의 발길도 예년과 달리 뚝 끊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 등 일부 매물 유형에 쏠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올봄 주택시장은 별로 말썽(?)을 부릴 것 같지 않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대부분이 매매시장=안정, 전·월세 시장= 다소 불안 정도를 전망했듯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될 개연성이 크다.
그렇지만 부동산 시장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보면 공급 감소, 원가 상승 등 불안의 소지는 여전하다. 더구나 과열은 가파르면서도 짧고, 침체는 느슨하면서 길게 이어지는 사이클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다소 느슨한 시장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 되레 긴 호흡이 이어질 때 철저히 보수공사를 통해 과열을 대비해야 한다.
우선 주택 공급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치유책이 철저히 검토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장 집을 지을 땅은 마련되어 있으나 여기에 주택을 지을 건설회사 형편이 최악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수차례에 걸쳐 공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기 신도시 외에도 그린벨트까지 풀어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은 바 있으나 실제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고 집을 짓는 주택건설업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1군 대형업체마저 부도 직전에 몰리고 시행업체 대부분이 프로젝트 금융(PF)에 묶여 아사(餓死) 상태다.
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지자체 등 공공에서만 확보한 택지 물량이 90만 가구 이상 엄청난 물량으로 추정되지만, 손발이 묶여 공급이 불안하다면 수급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안정적 가격관리 역시 불가능하다.
아울러 주거복지에 관한 철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이 앞서간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공급중심, 가격관리 중심의 주거정책은 곧 한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1인 가구와 노인가구의 급증은 바로 주거복지 강화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소 위축된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를 강화하는 전향적 주거복지정책 대안을 수립, 닥치고 있는 현실과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