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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말고 ‘평양 뉴타운’ 방문… ‘김정은 독자 우상화’ 완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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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4. 16. 12:55

3년 연속 '금수산 불참'한 김정은의 자신감
'김정은주의 독자노선' 완성으로 평가한 듯
추석·설 없애듯 태양절·광명성절 '표현 삭제'
'태양절' 대신 4·15 혹은 4월 명절로 지칭
북한 평양 '뉴타운' 화성지구 3단계 준공…김정은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평양 시내 '뉴타운' 지구 중 하나인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인민 생활 챙기기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은 뒤 새 살림집에서 살게 될 근로자와 노인,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참여하는 군대와 사회의 노력 혁신자를 만나 격려했다. /연합
김정은이 3년 연속으로 113년을 맞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 김일성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독자 위상 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는 김정은은 본인에게 절대 권력을 물려준 '김일성·김정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는 정치적 목표를 빠르게 달성했고, 이젠 본격적인 선대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북한이 최대 명절로 기리는 '태양절'에도 금수산이 아닌 화성지구 3단계 살림집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일성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 태양궁전에 박태성,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당정 간부들이 찾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참석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사진을 보면 과거 김정은이 참여했을 때와 비교해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2012년부터 핵심 고위 간부를 한 명도 빼지 않고 태양절 금수산 참배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김정은은 태양절에 금수산을 찾지 않았다. 2021년~2022년엔 부인 리설주와 다시 참배하기도 했지만 202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일성이 민족명절 '추석·설' 지운 것처럼… 금수산 불참, '독자행보'로 애민 이미지 부각

북한의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날로 국가 주요 기념일 중 가장 성대하게 치러진다. 분위기 또한 민족의 대축제 느낌으로 진행돼 기존 추석과 설날은 민속일로 격하되기도 했다. 김일성은 유일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며, 조상신에게 절하는 차례는 김일성제일주의를 배격하는 반동분자라는 논리 때문이었다. 태양절 다음 가는 명절인 '광명성절'(김정일 생일)도 비슷한 분위기로 준비한다.

세습으로 절대 권력을 물려 받은 김정은은 본격적인 '김정은주의'와 독자 노선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년 전부터 집중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새해 우표에 '주체' 연호를 없앴고,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특히 작년엔 주민들의 '충성신서' 행사를 김정은 자신의 생일에 맞춰 진행한 바 있다. 통상 충성신서는 새해 첫날이나 김일성·김정일 생일에 진행된다. 김정은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이 보급되거나 패용하는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김정은 정권의 절대성이 거의 완성된 시점에 김정은 본인은 김일성·김정일의 생일과 기일 등 주요일에 금수산을 찾는 횟수를 급격히 줄였다. 태양절과 관련한 언급은 물론이고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일도 이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김정은은 본인의 독자 위상 세우기 전략이 이젠 '완성됐다'고 인식한 듯 이날 평상시 일정을 소화했다.

◇평양 재개발격 '뉴타운' 준공식 참석… 화성지구 찾아 "현대적 살림집 이제야 안겨줘 미안"

김정은은 태양절인 전날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을 찾았다고 조중통이 이날 보도했다. 화성지구는 평양판 '뉴타운' 사업으로 인민 생활 수준을 크게 높인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김정은의 애민사상을 부각한 건데, 하필 태양절에 금수산을 찾지 않은 것은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렇게 현대적인 살림집을 이제야 안겨주게 되어 미안하다고, 오늘 감격과 환희에 넘쳐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대하고 보니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감을 떠맡아 안을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태양절이) 비정주년인 경우에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훈장수여, 근로단체들 직총농금맹청년 동맹 등 모임 경축공연 체육 경기 문화행사 등을 진행했다"며 "올해 김일성 생일 113돌로 비정주년이고 예년과 비교할 때 특별한 행사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양절 표현은 노동신문 기준으로 지난해엔 4월 15일에 단 한번 사용했고, 올해는 오늘 보도까지 총 7번의 노동신문 보도가 있었다"며 "선대 흐리기와 독자 우상화는 지속하되 주민들의 수용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김정은주의 완성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거의 사라진 '태양절' 표현… 김일성 찬양글에도 '김정은 업적 부각'

태양절이라는 명칭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당국자는 "과거엔 태양절을 주로 대부분 사용해왔다면, 지금은 4.15 혹은 4월 명절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태양절이란 단어는 아주 예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명성절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광명성절은 올해 거의 사용되지 않았는데, 올해 통일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오해 사용된 '태양절' 표현은 8차례 정도였다. 이는 4월 15일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태양절'이라고 언급했던 과거에 비하면 '태양절'이 자취를 감춘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통신은 태양절 소식과 관련해 전국에 걸쳐 각종 태양절 행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일성 광장에서는 청년 학생들의 야회가 진행됐고,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는 일군·근로자·인민군 장병·학생들이 꽃바구니 등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특이할 점이 있다. 북한은 오늘자 신문을 모두 전날 소식으로 채운다. 하지만 태양절엔 당일 소식 기사를 실을 수 없어 각종 사설과 그의 기록이 나온다. 보통 김일성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사설은 마지막 부분 '김정은의 비범한 사상 이론 활동에 의해 발전되고 있다'는 식으로 끝맺는다. 태양절 조차도 김정은의 혁명사상 덕분에 더욱 풍부해졌다는 논리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 생일 당일 노동신문 사설에 김정은 위원장을 띄우는 내용의 비중이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이 또한 선대 흐리기와 독자 우상화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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