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위기 '반성문' 내놓고
DS부문 토론회·엔비디아 소통 강화
매출 9% 늘었지만 영업익 하락곡선
"D램·HBM 주도권, 가시적 성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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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21일 DS부문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2023년 반도체사업에서 1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부진이 계속되자, 이재용 회장은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전 부회장에게 DS부문을 맡겼다. 취임 이후 전 부회장은 두 가지 변화에 주력했다.
먼저 느슨해진 조직문화 쇄신이다. 메모리반도체 1등이라는 지위에 만족해 미래를 내다본 변화를 보지 못했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0월 내놓은 이례적인 '반성문'이다. 전 부회장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일 당일에 이례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DS부문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 토론회에서 그는 실행 중심 리더십, 조직 간 협력, '디테일 경영' 등을 강조했다.
반도체 개발 역량 재건도 전 부회장이 지난 1년간 심혈을 기울인 분야다. HBM 등 새롭게 등장한 메모리반도체 개발 역량이 경쟁사에 뒤처지는 문제에 서둘러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 부회장은 HBM 개발팀을 신설해 '커스텀 반도체'(고객 주문형 반도체)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또 지난해 말 인사에서 설계 전문가를 다수 승진시켰다.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 부회장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의 소통도 강화했다.
이처럼 내실을 다져왔지만, 삼성 DS부문의 반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적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 부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2분기 이후 삼성 DS부문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작년 2분기 28조5600억원에서 3분기 29조2700억원, 4분기 30조1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5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조4500억원 이후 줄곧 하락세다. 지난해 3분기 3조8600억원, 4분기 2조9000억원에 이어 올 1분기에는 1조1000억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점유율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파운드리 사업은 TSMC와 10조원 이상의 매출 격차가 나고 있다.
업계는 2년차 '전영현호(號)'의 과제로 HBM 사업의 가시적 성과창출을 꼽는다. 특히 아직도 퀄(품질테스트) 통과가 나지 않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최우선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2분기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 만회도 급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며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HBM 공급망 진입 등 눈에 보이는 성과 창출을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