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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아시아투데이 '석유와 화학, 그리고 배터리의 길' 포럼에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화학산업 재편 대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이 지속된 60여년간 국가 경제의 핵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산업위기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으로, 화학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명한 원인은 중국과 중동 등에서 지삭된 과잉공급과, 팬데믹 이후로 지속되는 경기 침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산업 주축이었던 화학산업이 관심에서 밀려난 것도 요인이"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화학산업을 과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을 관장하는 부서가 한 곳 뿐이고, 환경부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화학산업에 대한 거부감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화학산업이 장치산업이라 관심을 안가져도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며 "이 거대한 산업이 종말에 가까워지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원으로서의 화학과, 소재로서의 화학의 가치를 명확히 알리고 국민의 악감정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의 석화산업 재편 성공 사례를 들고 "일본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장비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사업으로 전환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염두에 두고, 반드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게 아닌 고도화한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서 정부와 연구계, 기업간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기업을 감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적 방향을 제시해 연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며 "산업화의 구체적 전략은 기업에게 철저히 맡기는 확실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학제품에 국민들이 노출되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점옫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짚었다. 이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불안감 등 화학제품에 대한 반감이 커졌지만 당장 화학제품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국민들이 가장 오해하는게 허용 기준으로, 이를 넘기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불신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강력히 주장했다. 현재 화학산업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 교수는 "이러한 법안으로 중소 화학업계에서는 신제품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물질을 등록해서 유해성과 위해성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이게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규제로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규를 제정할때 벤치마킹한 유럽의 화평법을 고려하더라도, 안전보다는 산업에 대한 경쟁력과 혁신을 위한다는 조항이 빠져버린 것"이라며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우리나라 화학산업 부활을 위해 이를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