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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다시 움직이는 삼성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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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5. 22. 14:24

이재명-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김영진
비즈테크부 김영진 기자
기업간 경쟁은 전쟁이다. 상대방의 빈틈을 노리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삼성은 지난 30년 전자산업 분야 전쟁의 승자였다. 이건희 시대의 삼성은 늘 승리에 굶주렸다. 마치 손자병법에 나오는 '풍림화산(風林火山)'과도 같았다. 수세에 몰렸을 때는 산처럼 진중하게 산업 변화를 관조했고, 기회가 왔을 때는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M&A도 누구보다 잘 했다. 삼성의 근간인 반도체 사업도 M&A를 통해 마련한 기틀이었다. 최근 수년간 "삼성답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 건 이같은 과거의 반영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는 M&A를 통해 과감히 뛰어들고, 주도권을 쥐면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자를 압도했던 게 삼성의 역사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고무적이다. M&A도 재개했다. 유럽 최대 공조기업인 독일 플랙트를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대형 M&A에 나섰다. 이번 거래는 이재용 체제에서 추진하는 두번째 대형 M&A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전용 고효율 냉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고성능 컴퓨팅(HPC)과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냉각 기술은 AI 인프라 경쟁에서 핵심 자산으로 부상 중이다. 사실 규모만 놓고보면 이번 M&A는 '삼성'이라는 이름값에는 못 미친다. 100조원이 넘는 '실탄'을 감안해도 그렇다. 하지만 이번 M&A가 본격적인 '투자 재개'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라 평가할 수 있다.

M&A 재개 만큼이나 주목할 건 이재용 회장의 행보다. 2022년 말 회장 취임 이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이 회장은 최근 안팎으로 분주히 뛰기 시작했다. 올해 초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그의 행보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 3~4월 중국, 일본을 찾아 팀 쿡 애플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빅샷'들과 연쇄 만남을 가진 것도 상징적이다. 정중동(靜中動)의 리더십에서 실질적인 실행 중심의 리더십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 행보다.

이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중요한 결정권은 쥐되, 현안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엔 주요 사안과 미래 전략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춰선 안 된다"는 그의 발언도 말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대형 M&A와 선제적 투자를 통해 그 의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아직 삼성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실적이 좋지 않다. 하지만 삼성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그 시계의 분침과 초침이 더 빨라졌으면 한다. 플랜트 인수에 이어 더 크고, 굵직한 M&A도 기대하고 싶다. '글로벌 인맥왕'으로 통하는 이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도 이어졌으면 한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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