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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도 줄지 않는 바랑’ 인곡당 법장스님 열반 20주년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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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5. 23. 22:30

31대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행적과 사상 조명
법장스님, 템플스테이 도입 등 다방면서 업적 남겨
문도회, 법장스님 회고하며 실천불교 정신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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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 열반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축사하는 전 총무원장 송원 설정스님. 인곡당 법장스님 문도회와 수덕사,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23일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불교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공헌한 템플스테이와 불교계에선 하나뿐인 정부지정 장기기증 단체 생명나눔실천본부 등 대한불교조계종의 사회적 역할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제31대 총무원장 인곡당(仁谷堂) 법장(法長)스님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법장스님 문도회와 조계종 덕숭총림 수덕사,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법장스님 열반 20주기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송원 설정스님은 "법장스님은 조계종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올리기 위해 물질적·정신적으로 후원했다"며 "그분은 자신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 어디든 찾아다니셨다. 열반 후 스님에게 위로받거나 지원받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중에는 목사님, 신부·수녀님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계종 원로의장 자광스님은 "법장스님이 총무원장을 맡을 때는 대정부 관계가 원활했다"며 "불교는 정치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풍조가 있었는데 (법장스님은) 불교가 발전하려면 정치인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셨다. 스님은 중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

수덕사 주지이자 법장스님의 상좌인 도신스님은 "은사스님은 제가 따라가지 못할 경지"라며 "한평생 종단과 사부대중을 위해 헌신했고 31대 총무원장 재임 당시, 함께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을 기치로 종단 백년대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학술대회가 대종사의 법향을 다시 피워내는 인연의 단초가 되어, 그 삶과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아낌없이 주고 가신, 인곡당 법장 대종사'란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불교의 현대화에 기여하고 총무원장 최초로 다비식 없이 병원에 시신을 기증하신 법장스님의 행적과 사상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였다.

법장스님이 총무원장 시절 총무부장 소임을 살았던 현고스님(송광사 전 주지)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이자랑 동국대 HK교수 교수가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출가와 수행' △동국대 HK연구교수 문광스님이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법맥과 가풍' △이성수 불교신문 편집국장이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사회활동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종단활동'을 주제로 발제했다.

현고스님은 법장스님의 업적으로 무엇보다 템플스테이 도입을 꼽았다. '스님들을 장사꾼으로 만들 생각이냐'는 식의 주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장스님은 템플스테이는 도입했다. 그 결과 국민들의 문화적 눈높이가 상승하는 현실과 맞물려 템플스테이는 오늘날 불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자랑 교수는 '사람'을 중시하는 법장스님의 보살행에 주목했다. 법장스님은 1981년을 기점으로 종단 내부에서는 승려 노후복지, 유아원·어린이회관 운영 등을 외부적으로는 재소자 교화, 취약계층 지원, 생명나눔운동 등을 추진했다. 이 교수는 "대종사의 보살행은 구체적 타자와 만남을 통해 연민과 동체대비 정신을 삶 속에서 구현하려 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문광스님은 총무원장으로만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법장스님 뒤에는 경허·만공선사의 법맥과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허·만공스님의 법맥은 벽초스님에 이어 수덕사 방장을 지낸 원담스님과 법장스님으로 이어진다. 문광스님은 만공·원담스님의 '세계일화(世界一花·세계는 한 송이 꽃)' 정신이 법장스님의 '포대화상'과 같은 자비행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그 근거로 법장스님의 남긴 열반송인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입도 없고 밑도 없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를 들었다. 즉 세계는 한 송이 꽃이란 만공스님의 비유처럼 법장스님도 나와 남이 없었기에 평생 자비실천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성수 불교신문 편집국장은 기존 총무원장보다 대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법장스님의 행보에 주목했다. 법장스님은 총무원장 재임 중 비구니 문화부장을 발탁하는 등 비구니 스님 위상 제고했다. 또한 스님은 이라크 전쟁 당시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자이툰 부대를 직접 방문했다. 법장스님은 1994년 3월 생명공양실천회 출범과 함께 본부장을 맡으며,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을 시작했다. 이듬해부터는 신장이식, 뇌사자 장기기증, 골수기증 등을 이뤄내며 불교계에 '생명나눔운동'을 정착시켰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법구(시신)를 기증해 진정한 무소유의 실천을 보여줘 사회적으로 큰 감동을 줬다.

김응철 교수는 법장스님의 종단 활동을 종회의원·본사 주지·총무원장 재임 시기별로 나눠 분석한 뒤 "오늘날 수덕사의 발전은 법장스님의 추진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조계종 교구분권화의 모습은 법장스님의 선구적인 안목과 지도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가 끝나고는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을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후 도신스님, 화계사 주지 우봉스님, 해외특별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정범스님 등 문도들은 법장스님과의 인연담을 참석자들과 공유하며 생전 가르침을 기렸다.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면서 문도 대표로 감사 인사를 전한 불교학술원장 정묵스님은 "문도들은 은사스님의 수행과 전법을 본분으로 삼은 보살행을 선양하고 실천하며 수행자의 길을 걷겠다"면서 "오늘 학술대회의 성과는 오는 9월 11일 법장 대종사 추모 다례재에서 스님의 여러 삶의 기록과 더불어 행장집으로 봉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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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에 참석한 원로의장 자광스님, 전 총무원장 설정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제공=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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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에서 반야심경 봉독을 하는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정묵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송광사 전 주지 현고스님, 수덕사 주지 도신스님, BBS불교방송 서진영 사장(왼쪽부터)./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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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하는 문광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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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선사에서 법장스님으로 전해진 '세계일화'의 정신/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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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후 종합토론./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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