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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신구·박근형 기부공연이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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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26. 10:14

[붙임] 고도를기다리며X아르코 특별 기부공연_관객과의 대화 현장사진_03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공연 무대가 전석 매진 속 성황리에 종료됐다. 사진은 지난 13일 기부공연 후 원로배우 신구(오른쪽)와 박근형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혜원
전혜원 문화부 부장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공연은 단순한 연극 공연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전석 매진 속에서 두 거장 배우가 보여준 것은 화려한 연기가 아니라, 후배 세대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연극을 하며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연극인들이 떠올랐다"는 박근형 배우의 말에서 예술계 선배의 따뜻한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수익이 '연극내일기금'으로 기부된 이번 공연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우리 사회가 청년 예술인들에게 어떤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한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함께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더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청년 예술인들의 현실은 참으로 녹록지 않다. 대부분이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형태로 활동하며 불안정한 수입구조 속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주거 문제다. 서울 등 대도시의 높은 임대료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으며,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나 연습실 확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예술인 복지법을 토대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 확대, 창작준비금 지원,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지속성과 예산 한계 등의 실효성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간 지원 격차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지방의 청년 예술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받고 있어 균형 있는 문화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신구·박근형의 기부공연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청년 예술인 지원은 정부나 공공기관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할 과제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청년 예술인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크라우드펀딩, 후원회 결성 등을 통해 청년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청년 예술인 지원은 우리 사회 문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오늘의 청년 예술인들이 내일의 문화를 이끌어갈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일생을 두고 한 우물을 파십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물이 나올 것"이라는 신구 배우의 조언처럼, 청년 예술인들이 자신만의 '한 우물'을 깊이 파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신구·박근형의 기부공연이 "청년 연극인을 위한 창작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처럼,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씨앗을 뿌릴 때다. 그 씨앗들이 자라나 꽃피울 때,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문화 사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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