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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부를 묻는 골목, 고독사 없는 관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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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7. 13:51

프로필 사진(관악구)
박준희 관악구청장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만큼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곧 외로움의 시작이고, 외로움은 삶의 의지를 갉아먹는 독으로 변한다. 모든 행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는 연평균 5.6%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남성이 주요 고위험군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족과 이웃, 사회와의 연결이 끊긴 채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일찍이 영국과 일본은 고독을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고독 전담 장관을 두는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고독사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적 의제로 부상한 고독사는 정부는 물론이고 이웃, 지역사회, 민간 전문가가 함께 손잡을 때 비로소 해결이 가능하다.

관악구는 1인 가구 비율이 62.7%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그만큼 고립과 단절의 위험도 크다. 이에 구는 고립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5년간 977억 원을 투입, 21개 전 동에서 각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을 '고립가구 전담 기구'로 지정하고 경찰서, 소방서, 복지기관 등과 협약을 맺어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한다.

고독사를 막기 위한 핵심은 결국 일상의 관계망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립을 예방하고 주민 간 연결을 돕기 위해 '이웃사랑방', '마음편의점' 등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고, 중장년 남성을 위한 요리 모임, 텃밭 활동, 반찬 나눔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 간의 연결을 촘촘히 잇고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땀을 흘리고 마음을 나누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고립을 줄이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돌봄의 주체가 되어 민간과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이 이웃을 살피는 구조가 정착돼야 일상의 안전망이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다. 예컨대 매월 25일 '우리동네 주주데이'에는 통·반장이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집 앞에 쌓인 우편물이나 배달 음료 등을 통해 이상 징후를 확인한다. 위기가구로 의심되면 즉시 동주민센터가 나서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최근에는 은둔·고립 청년의 고독사 예방도 중요한 과제다. 관악구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심리상담, 사진예술 모임, 취업 교육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층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보이지 않던 청년'을 지역사회의 이웃으로 되돌리는 섬세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 뒷받침도 필수이다. 현재 정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해 대응 중이나, 실효성과 지역 적용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다. 다음 정부는 고독사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보다 과감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243개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실천적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고독사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함께 노력하면 예방할 수 있다. 따뜻한 인사가 오가는 골목, 함께 음식을 만들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실천이 고독사 예방의 지름길이다.

관악구는 앞으로도 민관이 함께 따뜻한 돌봄의 장을 만들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의 공동체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갈 것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외롭지 않도록, 관악의 모든 골목이 '안부 있는 거리'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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