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언론 "투표율 12% 불과, 줄서던 풍경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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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총선 및 지방선거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국회의원 285명을 선출한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82.68% 득표율로 승리했다.
주지사 24명과 주의원 260명 선출을 위해 동시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PSUV는 주지사 23명을 당선시키면서 압승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볼리바르 혁명(우고 차베스가 주도한 사회주의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고 강력해졌음을 입증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중남미 언론 대다수는 베네수엘라의 선거 결과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일부 언론은 지난해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한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이번에도 거짓 선거를 치르고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선거 결과로 내놨다고 직격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는 약 2140만명이었다. 선관위는 전국에 1만5736개 투표소를 설치하고 오전 6시~오후 6시 운영한다고 밝혔다. 선거가 시작된 후 "투표소마다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가 몰리고 있다"며 마감을 1시간 연장했다.
선관위가 밝힌 이번 선거 투표율은 42.63%로 지난해 대선 57.90%보다 낮았다. 야권이 내놓은 수치와 차이가 컸다.
야권은 투명한 선거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유권자에게 기권을 독려했고 투표를 거부한 비율이 유권자의 85%를 웃돌았다고 주장했다.
컨설팅업체 메가아닐리스가 조사한 이번 선거 투표율은 12%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사실이면 1993년 베네수엘라에서 의무투표제가 폐지된 후 역대 최저 투표율이다.
대다수 중남미 언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집권당이 우세한 지역에서도 거리가 텅텅 비고 투표소도 한산했으며 40%대 투표율이 나왔다는 선관위의 발표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근거였다.
CNN 스페인어판 등은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투표관리관조차 자리를 비운 투표소가 많았다며 대부분의 국민이 거짓 선거에 참여하지 말자는 야권의 주장에 공조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서 "국민의 85% 이상이 선거를 보이콧했고 이는 마두로 정권의 선거 참패를 의미한다"며 "(비록 부정선거로 정권 교체에 실패했지만) 지난 대선에 이어 국민이 다시 한번 범죄 정권을 심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표율이 낮은 건 마두로 정권의 공포 정치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