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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혼 가정 자녀 인계 ‘중립지대’ 두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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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파리 통신원

승인 : 2025. 05. 28. 14:55

경찰서 또는 24시간 감시 카메라 작동 공영 주차장에 설치
중립 지대 설치는 현 프랑스 사법 제도의 허점 보여줘
중립 지대
2022년 프랑스 군사경찰 X( 트위터)에 게시된 '중립 지대' 관련 글. 중립 지대는 프랑스에서 이혼 또는 별거한 부모가 갈등 없이 서로에게 자녀를 인계하기 위해 마련됐다./프랑스 군사경찰 X
아시아투데이 임유정 파리 통신원 = 프랑스에서 별거 또는 이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자녀를 인계하는 용도로 이용되는 구역인 '중립 지대'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현지매체 BFM TV는 27일(현지시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립 지대 제도가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부부가 서로에게 자녀를 인계할 때 이용되는 중립 지대 제도는 캐나다 퀘벡에서 영감을 받아 2022년 처음 도입됐다. 이혼한 부부가 자녀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엔 자녀 인계를 각 부모의 집 앞이나 학교 앞에서 했지만, 이혼한 두 양육자 간의 잦은 갈등으로 경찰 개입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립 지대가 설치된 한 지역의 군사경찰인 아드리안 보스케 중위는 "집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인계하는 경우 이따금 이혼한 두 양육자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중립 지대는 경찰서 근처 또는 24시간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는 공영 주차장 등에 설치돼 이혼한 부부 간 갈등이나 폭력 발생을 방지한다. 중립 지대의 설치 비용은 약 1만2000유로(약 1900만원)선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중립 지대를 설치한 도시는 우아즈 지역의 퐁-생트-막상스다. 이곳의 아르노 뒤몽티에 시장은 "중립 지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성공적이었다"며 "주로 아이들 인계가 이뤄졌던 금요일 밤이나 월요일 아침에 이혼한 부부 사이 일어난 마찰로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중립 지대 도입 이후 실제로 갈등이 줄어드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자 압롱, 앵, 샤렁트-마리팀 등 타지역도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지방가족협회연합(Udaf)과 여성가족권리정보센터(CIDFF) 등 일부 가정 단체들도 중립 지대 운영 제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해당 제도가 현 프랑스 사법 제도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정 폭력에 맞서 싸우는 가족정의협회의 클레망스 드레퓌스 회장은 "폭력 혐의가 있는 부모에겐 처음부터 양육권이나 방문권을 제한해야 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가정 폭력 문제에서 사법 제도가 제대로 작용했다면, 중립 지대라는 제도 자체가 생길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군인 앞에서 아이들을 서로에게 인계하는 것이 마치 전쟁터에서의 모습 같다"며 중립 지대를 '수치의 주차장'이라고 비판했다.
임유정 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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