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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전공의·간호법 연쇄 갈등…의료현장 6월 ‘대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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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5. 29. 16:10

의정갈등 계속<YONHAP NO-4509>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와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연합
p15
김민환 기획취재부 기자
전공의 사태 수습도 못한 채 간호법 시행을 앞둔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구체적 해법 제시 없이 방관하고 있고,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6월 21일 간호법 시행을 기점으로 의료현장에 대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정책 거버넌스의 총체적 실패가 드러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시행규칙안을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 국면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관 자체 '신고'와 병원장 임의 '이수증 발급'만으로 진료지원업무 교육을 완료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간호계와 환자단체들이 연일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무책임한 졸속 처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근이영양증환우회와 정신장애연대 등 환자단체들까지 "환자 안전 위협"을 이유로 반대 대열에 합류한 것은 이번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병원장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임시방편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간호협회는 전국 1만 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70년 만에 제정된 간호법의 본래 취지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독립적 법률로 그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위법령에서는 오히려 그 전문성을 병원장의 재량에 맡기는 모순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법은 만들어놓고 그 정신을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갈등 상황에서도 여야 정치권이 의료정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공의 사태 해결을 논하면서도 정작 6월부터 예상되는 간호법 시행 혼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와 의료현장 간 신뢰 관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와 의료계 간 소통 채널이 사실상 끊어진 상태"라며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전공의 복귀 문제는 단순히 정책적 유인책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공의 복귀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고, 여기에 간호법 시행으로 인한 추가 혼란까지 겹치면서 의료기관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전공의 8791명이 사직한 급박한 현실에서 간호사 업무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니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정부를 통한 해결 기대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의료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갈등 해결이 아니라 의료정책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다.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이 참여하는 지속적 대화 채널을 구성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의료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임시방편과 졸속 처방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6월 간호법 시행을 기점으로 의료현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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