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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버티컬 AI는 의료, 제조, 금융, 패션, 미디어 등 각 산업의 고유한 데이터와 규제, 업무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AI를 뜻한다. 범용 AI가 만능 공구라면, 버티컬 AI는 외과의사의 수술용 로봇이나 금융 전문가의 맞춤 투자 알고리즘과 같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디지털 전문가'다.
버티컬 AI는 높은 정밀성과 경제적 파급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개발을 위해 슈퍼컴퓨터 '도조'를 운용한다.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D1칩이 3000개 병렬로 연결된 이 시스템은 다양한 산업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물론,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옵티머스 로봇의 물체 인식 정확도를 98.7%까지 끌어올렸다.
팔란티어는 금융, 의료, 국방 등 각 산업별로 '수직 온톨로지'를 구축해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한다. 미국 국방부와의 9억 달러 규모 AI 시스템 구축 계약을 비롯해 300개 병원에서 운영 중인 환자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규제와 윤리'의 문제를 AI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버티컬 AI는 산업별 규제와 윤리 기준을 알고리즘에 내재화해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선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가 대표 버티컬 AI 기업으로 꼽힌다. NC AI가 개발한 '바르코 LLM'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에 능통한 대형언어모델이다. 텍스트 생성과 번역, 챗봇, 정보 추출 등 다양한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특히 패션 분야에선 '바르코 아트' 솔루션이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솔루션은 디자이너가 특정 키워드만 입력해도 3.2초 만에 10종 이상의 의류 디자인을 자동 생성한다.
MLB와 디스커버리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F&F는 이 솔루션을 유료로 도입해 신상품 기획과 디자인, 생산 전 과정을 크게 단축했다. 기존 6개월 걸리던 제품 개발 주기를 3개월로 줄였고, AI가 제안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신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F&F 외에도 10곳 이상의 국내 주요 패션기업이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NC AI는 지난 2월 'MWC 2025'에서 '아바타시프트'라는 실시간 3D 아바타 생성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과 목소리를 입력하면 AI가 0.2초 만에 감정을 표현하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다. NC AI의 음성합성·다국어 번역 기술도 영화 더빙 작업 기간을 2주에서 3일로 줄이고, 번역 비용을 75% 절감하는 등 미디어 산업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NC AI는 향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출시해 월정액으로 패션 디자인 툴과 실시간 더빙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며 "테슬라와 팔란티어가 개척한 버티컬 AI 분야에서 NC AI 등 국내 기업들도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