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상저하저’ 온다…무협 “13대 품목 중 9개 부진”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
올해 연간 수출 전년 대비 2.2% 감소 예상
하반기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부진 이어져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연합

올해 상반기 수출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까지도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가 다음달 초로 다가오는 등 수출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3.8% 줄어든 3355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수입은 2.1% 감소한 3132억 달러가 점쳐진다. 보고서는 상반기 수출이 약보합 수준(-0.6%)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에는 부진이 더욱 심화돼 올해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668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감소 폭이 3.8%에 달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 인상 대상 품목인 자동차(-2.5%), 자동차부품(-6.1%), 철강(-5.6%) 등의 수출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21.5%), 석유화학(-10.6%)의 감소세도 주효했단 분석이다. 대미 수출도 4.4% 급감했다.

하반기 상황도 만만치 않다.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등에 따라 대외 무역·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탓이다. 보고서는 올해 세계경제 회복세가 2% 중반에 머물고, 연내 세계교역은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품목별로는 상반기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IT기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정체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자동차 수출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해외생산·조달 비중 상승 영향으로 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수출은 미국 수입관세 인상과 유럽연합·인도를 중심으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가 강화되면서 7.2% 줄어들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석유제품(-19.2%), 석유화학(-4.1%), 일반기계(-3.8%) 등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수출은 아이폰17 시리즈 전 모델의 국내 기업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채택 등으로 일부 업황이 회복되면서 6.5%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AI, 모빌리티 서비스,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