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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회, ‘민의의 전당’으로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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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5. 06. 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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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아시아 문화권에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역사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경험을 콕 찍어 가르치는 한자성어다. 세계사 어디에라도 갖다 붙일 수 있는 이 표현은, 멀리는 인류의 탄생과 가깝게는 현 세계의 권력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춘추전국시대나 삼국지에서 이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중국의 한나라를 세웠던 유방의 생과 사를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태평성대로 안정할 것 같았던 유방의 한나라도, 결국 '내우외환'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며 후세에 '반면교사'를 남겼다. 좀 더 가깝게는 중국의 진시 황제 또한 강력한 중앙집권제로 천하통일을 이루었으나, 그의 생은 만년영생하지 않았고, 진나라 또한 멸망의 문턱을 넘고 말았다.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유럽으로 가보면, 우리가 다 아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또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르즈 당통은 과거 혁명동지였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에게 "다음은 네 차례다"라고 경고했고, 동지를 죽이면서까지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로베스피에르는 당통의 부르짖음대로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근현대사를 놓고 보더라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중국의 마우쩌둥,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까지 모든 독재자들이 권력으로 흥했고, 권력으로 망했다. 죽음의 마지막이 비참했거나 죽어서도 멸시의 대상이 됐다.

정치역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겼던 로마 제국의 제16대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겸손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이다.

국회가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분을 두고 '역지사지'(易地思之) 없이 다투고 있다. 먼 과거도 아닌 바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법사위를 가져갔다.

당시 거대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오랜 국회 전통대로 국회의장을 가져갔고, 제2당인 여당에게서 '여당이기 때문에 법사위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법사위 위원장직도 가져갔다. 그러나 1년이 지나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제는 과거와 반대되는 주장으로 이를 지키려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 꼴불견이다. 지난 한해 우리는 '강한자만이 이기는 국회'를 보았다. '협치가 아닌 협박'을 보았고, '정의가 아닌 불의'를 보았다. 이대로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삼권분립도 훼손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의의 전당', '대의민주주의 국회'가 권력을 놓고 싸우고 있고,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억압하는 모습에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만 같아 힘든 요즘이다. 부디, 과거가 현재의 반면교사가 되는 정치, 국민의 눈치가 두려운 정치, 타협과 협치가 일상화되는 정치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과거에나 쓸법한 저 표현들이 우리 역사에 소환되지 않을 것 같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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