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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휴전 소식에 군사적 긴장 속에서 요동치던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한국 경제가 받은 충격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8시 39분 기준 전장 대비 4.98% 급락한 배럴당 65.10달러에 거래됐다. WTI 선물 가격은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움직였는데 무력 충돌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사라진 영향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면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유가 안정에 따른 에너지 비용 부담 감소는 생산비 부담 완화, 소비자물가 안정,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력 축소 등으로 연결되며 우리 실물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중동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장보다 3% 가까이 급등한 3103.6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3100선을 넘어선 것은 약 3년 9개월 만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도 전날보다 24.1원 하락한 1360.2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의 시장 대응 여력이 확대되는 등 정책 운용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해상물류 운임과 보험료, 원자재 조달 불안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우리 수출 산업에 긍정적이며 그간 지연되던 조달과 출하 일정도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번 휴전으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대립은 근본적으로 봉합되지 않았고, 충돌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지금의 안정세를 구조적 리스크 해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휴전 소식이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어려움을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효과는 있지만 구조적 취약성은 그대로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비축 전략 강화, 환율 리스크 분산, 중동 의존형 원자재 공급망 재설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투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계획이 절실하다.
지정학 리스크는 더 이상 일회성 변수가 아니다. 반복되는 충격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갖춘 경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생존의 조건이다. 이번 휴전이 한국경제의 리스크 점검과 체질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