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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랭에서 초월자까지] 택티컬 FPS 발로란트의 맛, 진흙 투성이 감시자로 따낸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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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6. 30. 18:21

감시자는 어떻게 게임을 해야하는가, 총 못 쏴도 살아남는 법
킬조이. /라이엇 게임즈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전국대회 산왕전을 치르는 채치수를 향해 남긴 조언이다. 발로란트를 하며 이 명대사가 생각날 줄은 몰랐다. 

백발백중의 정확한 에임으로 게임을 집도하지는 못해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가자미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뜻을 알려준 변덕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발로란트를 잘하고 싶어 에임 연습에 힘을 쏟았지만 그 노력이 발로란트를 잘한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발로란트는 단순히 총을 들고 상대와 머리를 맞대며 싸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을 쏘는 기술은 익혔지만 발로란트라는 게임을 제대로 공부하지는 않았기에 문제가 생겼다.

에임 연습 덕에 데스매치에서는 간간이 킬을 주워 먹을 수 있었지만 일반 모드는 달랐다. 한 판을 해도 겨우 2킬을 먹고 무력하게 죽어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개인적으로 팀 경쟁 게임에서 다른 팀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신속 플레이를 위주로 돌린다. 좀 못해도 빠르게 팀원들과 작별할 수 있으니 덜 미안하다. 예전에 레벨 20을 찍자마자 경쟁전 배치를 돌렸다가 팀원들의 매서운 피드백을 몸소 들은 경험이 있다 보니, 경쟁전에 손이 더욱 안 갔다.
설치물 덕에 상대 위치 파악이 가능해 쉽게 킬을 따냈다. /인게임 캡처
어떻게든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고, 그 고민 중 하나가 역할군이었다. 

어떤 역할군을 팔지 고민하다 마음을 사로잡은 멘트가 있었다. 한 발로란트 유튜버가 감시자 역할군을 소개하며 "만약 상대의 위치가 모두 보인다면 얼마나 유리할지 상상해 봐라, 그런 맵핵 같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택티컬 FPS에서의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 저 말을 들으니 샷보다도 정보가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됐다. 

어쩌면 슬램덩크의 변덕규가 말한 '가자미론'과도 일치한다. 샷은 별로여도 진흙투성이가 되어 정보를 찾아주는 것만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딱 맞는 역할군이었다.
수비 때는 홀로 남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게임 캡처
그런데 막상 감시자를 선택해 놓고, 감시자처럼 게임을 하지 않아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다. 

수비 때는 혼자 한 사이트를 막으며 버티는 느낌으로 플레이했는데, 디테일이 부족했다. 상대가 반대 사이트에 보였다는 말만 듣고 설치물을 내팽개치고 열심히 달려갔더니 상대 팀은 이미 빠진 상태였고, 지키고 있던 사이트가 역으로 먹히기도 했다. 

그래서 수비 때 아무리 상대 쪽에 몇 명이 보이더라도 스파이크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백업을 가지 않았다. 스파이크가 설치되면 곧바로 백업을 가며 적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공격 때는 미드와 후방 쪽을 사주 경계한다. /인게임 캡처
공격은 더욱 문제였다. 예전에는 공격 때 무작정 얼굴을 들이대다가 첫 번째로 죽으며 "상대 위치 확인"이라며 정신 승리를 했다. 

이런 '금쪽이' 행동도 진입하는 팀원들의 후방을 봐주고, 미드도 체크하면서 천천히 아군의 진입을 보좌해주는 식으로 교정했다. 그러다 보니 방심하며 대놓고 미드를 지나가는 상대를 죽이기도 하고, 혼자 진입하는 상대를 죽이며 킬포인트도 쌓을 수 있었다. 

기분 탓인지 총이 더 잘 맞는 느낌이다. /인게임 캡처
기분 탓인지 총이 더 잘 맞는 느낌이다. /인게임 캡처
무지성으로 총만 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이해하니까 플레이가 더욱 잘 됐다. 기존에 일반전 한 판이 끝나도 1~2킬이 고작이었으나 움직임을 조금 신경쓰니 신속 플레이에서 3킬은 기본적으로 올렸다. 평소 0데스가 기본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감개무량이다. 역시 게임은 머리를 써야 한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게임 이해도가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아직 방대한 발로란트를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용어나 전략, 다른 요원들의 스킬 및 움직임, 다양한 맵의 특성, 총기별 특징 등을 더욱 알아가야 한다. 

언젠가 감시자로 게임을 캐리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이윤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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