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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 저자 이목, 나그네 인생 본질 알기에 차 벗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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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7. 02. 16:46

茶人 원학스님, 우리나라 최초 다경 '다부' 번역
신간, 차와 관련 없는 어려운 문구 배제 가독성 높여
"학인들, 커피 대신 차 문화에 관심 기울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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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문신 한재(寒齋) 이목(李穆)의 '다부(茶賦)'를 번역·해설한 원학(圓學)스님. 2일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은 한국의 차문화가 이어지도록 종단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사진=황의중 기자
"'재물·이성·음식' 삶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세 가지를 불과 20대인 이목은 뇌를 좀먹는 벌레로 봤다. 그리고 차(茶)를 평생 함께할 벗으로 꼽았기에 저자와 그의 책 다부에 관심을 두게 됐다."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찻집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원학(圓學)스님은 조선시대 문인 한재(寒齋) 이목(李穆·1471~1498)의 다부(茶賦)를 번역한 까닭을 이같이 말했다.

다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경(茶經)으로, 다성(茶聖)으로 불린 조선조 초의선사의 저서 '동다송'보다 340년이 앞선 차 관련 책이다. 원학스님의 신간은 다른 번역서와 달리 차와 관련된 내용만 추려내고 한문 고사 등 차와 관련 없는 내용 등은 배제했다.

스님이 이목의 '다부'를 처음 접한 것은 2001년으로, 다회(茶會)에서 우연히 '다부'에 대한 강의를 맡게 되면서였다. 스님은 "1년 반 동안 '다부'를 강독하며 점차 이 글이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와 맑은 정신세계에 사로잡혔고, 언젠가 이 글을 제대로 옮겨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원학스님은 '다부'가 우리사회에 주는 의미를 '나그네 정신'의 발견으로 봤다. 스님은 "내가 어디를 가서 살던 '나그네'란 정신을 갖고 살면 집착을 하지 않게 된다"며 "이목은 그런 나그네 인생에서 죽을 때까지 싫증을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차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목이 다선일미(茶禪一味)를 알았다고 본다"며 "조선 전기 억불숭유(抑佛崇儒) 분위기 속에서 불교·도교적 세계관을 끌어와서 글을 쓴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원학스님은 신간 제목을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불광출판사)'로 한 것은 '내 마음 속의 다향(茶香)에는 해와 달을 품고 사는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가슴에 일월을 품고 살아야 완상(玩賞)하고 미감(味感)의 환희를 느낄 수 있다'는 한재의 자유로운 이상세계, 깊은 내면세계로 인도하는 오심지차(吾心之茶)로 여긴 사유를 닮고자 함이었다.

원학스님은 저서를 통해 "단순히 차를 마신다는 허차(喝茶)와 차를 씹고 맛을 느낀다는 끽다(喫茶)의 뜻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스님은 "끽다(喫茶)란 차를 입에 넣고 완상(玩賞)과 함께 미감(味感)하는 것을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다인(茶人)들뿐만 아니라 산사(山寺)의 스님들도 허차(喝茶)와 끽다(喫茶)를 같은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부의 저자 이목은 중국을 방문하면서 당나라 육우의 '다경(茶經)'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차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 원학스님은 이목이 중국 사신으로 가서 중국 차를 접하기 전부터 한국의 야생차를 접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부에 중국 차가 아닌 차 이름이 나오는 것과 그의 스승 김종직이 지리산 야생차를 접할 수 있는 함양군수를 지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원학스님은 한국불교의 차 문화 전수에 종단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원학스님은 "막 출가해서 공부를 시작한 학인스님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차를 마시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것과 차를 커피와 같은 반상에 놓고 생각한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스님은 "단순히 차(茶)를 음료나 기호 식품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찻잔 속에 깊은 인생과 삶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깨달아야 다도(茶道)가 된다. 커피에는 이런 도가 없으므로 같은 반상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인(茶人)이기도 한 원학스님은 해인사로 출가, 해인승가대학 12기로 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수료했으며, 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 문화부장, 총무부장, 중앙종회 사무처장, 제 10·11·12·15대 중앙종회의원, 봉은사·조계사·봉국사·진주 연화사·대구 용연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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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나그네라는 것을 알면 집착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원학스님./사진=황의중 기자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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