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부동산 시장 속성상 공급이 극히 비탄력적이어서 부풀어 오르는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을 잠재울 대책 마련은 그리 쉽지 않다. 이론상 공급을 늘리면 물타기가 되어 쉽게 시장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최소 3~4년에서 장기 10년 이상 걸리는 데다 유효수요가 많은 곳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어렵다. 따라서 공급대책은 정부가 시장안정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 정도에 불과, 단기 시장 과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과거 1988년 올림픽 개최 후 불붙은 주택시장이 1989년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계획발표 후 무려 4년이 지난 1993년부터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한 사례나 200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후 2차 파동 역시 2기 신도시 발표 후 3년이 지난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또 과열시장에서는 고강도 수요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이 지나 효험이 나타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노무현 정부의 8·31대책이나 문재인 정부의 6·27대책 등이 이를 입증해 준 사례다. 게다가 정치권의 시장안정 조급증까지 가세하면 고강도 안정책이 쏟아져 결국 시장은 초토화되기 일쑤이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시장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된다. 이는 재차 공급위축으로 이어져 시장안정에 재차 걸림돌이 되어온 게 지난 40년간 부동산 시장과 정책의 지켜본 흐름이다.
이번 6·27대책에 비판적인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접근성 억제 방식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가격 상승을 꺾기 어렵고 중산층과 서민을 옭아맬 뿐 부자들은 여전히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돈을 가진 자들은 여전히 현금 동원력이 뛰어나 시장개입이 쉽지만, 상대적으로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서민이나 중산층은 어려움이 커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 특히 신혼부부,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무작위적 돈줄 규제라는데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평균 및 중위 가격이 34평 기준 13억~14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값 이상의 주택수요층에 문턱 장애를 높인 정책이다. 다시 말해 고가 시장 영향력이 큰 주택구입자의 규제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할 뿐 젊은 층이나 서민층의 진입 규제와는 별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주택건설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점을 감안하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긴급안정 대책이었다고 본다.
다만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에 차별적 금리를 부과해 금리 페널티 적용과 함께 고액자산에 대한 리스크 헤지가 가능한 대안이 마련되었다면 보다 치밀한 금융규제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점보 모기지 제도(Jumbo Mortgage) 등이 좋은 본보기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의 경우 일반 대출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한다면 간접 수요규제책이 될 공산이 클 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에 대한 가격 변동성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이다. 물론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고금리 적용은 자칫 재차 집값을 견인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울러 6·27대책 후속으로 간접 수요 규제방안인 부동산 세제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예컨대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대안 검토가 시급하다. 부동산에 극히 치우쳐 있는 자산 현황은 물론 현재의 자산이나 소득 규모에 비해 주택 규모나 다주택 보유의 거품이 심한 게 현실이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치와 과잉 자산 보유를 방지하고 다주택자의 버티기식 보유심리를 덜기 위해서는 실효 보유세율을 높여 부담을 느끼게 하는 정책이 옳다고 본다. 공급중심정책의 그림자인 빈집 공포가 머지않아 드러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인구 감소와 저성장,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보다 생산적인 주식 등으로 유동성이 흘러들게 만드는 정책은 빠를수록 좋다. 빈집이 가일층 양산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파트 한 동이 비어있거나 단 몇 가구만 거주한다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