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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노하우 갖춘 태광… 애경산업 인수전 ‘승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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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7. 29. 17:55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3곳 참여
태광, 애경 품고 '체질 개선' 노려
인수 자금 6000억 자체 조달 가능
풍부한 대형 M&A 경험도 '강점'
태광산업(이하 태광)이 애경산업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 대형 M&A 경험, 국내 자본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점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인수 예비입찰 적격 후보군에는 태광-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태광은 최근 애경산업 핵심 자산인 청양공장 실사에 착수하며 인수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양축으로 하는 소비재 기업으로 비교적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분기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매출 1749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이 점차 회복하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약 4300억원이다. 매각 대상인 지분 63.38%에는 이보다 높은 약 6000억원의 가격이 제시됐지만 안정적인 실적 흐름과 브랜드 경쟁력에 따른 성장 잠재력에 시장에서는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태광의 애경산업 인수 추진은 '탈(脫)석유화학' 신호탄을 공식화한 행보로 해석된다. 태광의 연결 매출은 2022년 2조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2조1000억원대로 꼬꾸라졌고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이달 초 태광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사업 구조 다변화란 청사진을 내세웠다. 애경산업 인수로 화장품이 가장 먼저 실행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그룹 계열사인 홈쇼핑 채널 '쇼핑엔티'를 통해 애경산업 제품과의 유통 시너지까지 노릴 수 있어 전략적 적합성도 높다는 평가다.

태광의 재무 여력도 뒷받침된다. 태광이 밝힌 현금성 자산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이 중 5600억원은 예비운영자금, 약 5000억원은 기존 사업 유지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경 인수에 필요한 6000억원 내외의 자금은 충분히 자체 조달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외부 차입 없이도 '현금딜'이 가능한 드문 국내 전략적 투자자라는 점도 힘을 싣는다.

풍부한 M&A 이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태광은 과거 동양실업, 대한화섬, 고려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며 석유화학·물류·금융 등에서 외형을 키워왔다.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인수 실패를 제외하면 주요 거래 대부분이 마무리됐고 딜 실행 단계에서 '중간 이탈'이 드물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태광이 '국내 자본'이라는 점도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본다.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외국계 사모펀드(PE)로, 최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 사례 이후 외국계 PE의 단기 투자 성향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 태광은 장기 운영에 초점을 맞춘 국내 자본으로, 매도 측은 물론 협력사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에게도 안정감을 준다는 해석이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 외 사업 재편을 위해 추진한 8186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이 2대 주주 트러스톤의 반발로 중단되면서, 추가 자금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자금 여력이 줄면 애경산업 인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본입찰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우선협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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