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정 앞두고 측면 지원 나서
반도체 투자·AI 기술협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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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이는 지난 17일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이번 출장과 관련, 정확한 목적이나 행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한미 관세 협상 지원을 이번 출장의 배경으로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우리 정부도 일찍부터 협상에 뛰어들었지만, 상호관세 발효를 사흘 앞둔 시점까지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있다.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트럼프 대통령 수행 일정에 맞춰 스코틀랜드까지 동행하는 등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정부 협상단에 합류해 측면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 회장을 비공개로 만나 관세 협상 등을 포함한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진 만큼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와 관련한 언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과 관련해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해 현지 반도체 생산거점을 마련하기로 한 상태다. 그 일환으로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규모 현지 투자를 통해 약 1만2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3500개의 제조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8일에는 미국 테슬라와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 내용을 발표하면서 관세 협상카드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해당 계약은 22조7647억원 규모이며, 계약기간은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계약 금액은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7.6% 수준이자, 파운드리 사업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계약기간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공급하게 된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또 다른 투자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 현지 반도체 투자 확대나 현지 기업과의 AI 기술 협력을 제안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향후 추가 계약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관세 협상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며, 거래처 미팅 등 사업차 방문으로 보는 게 맞다"고 일축했다.
한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전날 한미 관세 협상 지원차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구체화 등을 위해 정부 협상단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