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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은 친구’ 트럼프-모디 관계 균열…시험대 오른 미-인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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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8. 05. 09:45

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태도 변화 등으로 마찰 심화
India US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좋은 친구'라고 부르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태도 변화 등으로 양국 간 마찰이 점점 더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라 불렸던 두 정상 간의 친분이 과거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온 양국의 전략적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쇼크 말릭 전 인도 외교부 정책 고문은 "양국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갈등의 불씨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본격화했다. 25% 관세는 한국·일본(15%)은 물론, 베트남(20%)·태국(19%)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이번 조치는 여러 산업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인도 경제를 "죽은 경제"라고 표현한 것은 인도의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 따른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키스탄으로 전략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협상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 소셜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해 시장에 되팔며 큰 이익을 얻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러시아 전쟁 기계에 희생되고 있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이에 따라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모디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모디 정부는 보호무역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산 상품에 대한 시장 개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양국 간 무역 협정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균열은 관세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그 이전부터 긴장 조짐은 있었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과 가까워지는 듯한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핵심 경쟁국이자 핵보유국이다.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군사적 충돌을 벌였다. 인도는 충돌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했지만, 파키스탄은 이를 부인했다. 나흘간 이어진 교전은 핵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긴박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멈춰 섰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평화를 끌어냈다고 자찬했지만, 인도는 "어떤 외부의 개입도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트럼프를 '휴전의 일등 공신'으로 치켜세우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키스탄의 대테러 활동을 칭찬하며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한 직후에는 파키스탄과 '대규모 석유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며 "언젠가 인도가 파키스탄에서 석유를 사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델리 징달 국제관계대학의 스리람 순다르 차울리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파키스탄을 대테러 분야의 위대한 파트너라고 칭찬하는 발언은 분명 인도 내 분위기를 악화시켰다"며 "이것이 단순한 트럼프식 일시적 변덕에 그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미국과 파키스탄 간에 실제로 금융 및 에너지 분야 거래가 진행된다면, 이는 미-인도 전략적 파트너십에 상처를 주고 인도 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국 관계 악화에는 원유 문제가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오히려 구매를 늘리며 중국과 맞먹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이 됐다. 이후 미국은 인도를 대중 견제의 핵심 축으로 보고 전략적 협력에 집중하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원유 문제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백악관의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지난 3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 러시아에 전쟁 자금 지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압박을 위한 전술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차울리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언제 다시 포옹과 우정의 제스처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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