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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AP·방콕포스트와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태국과 캄보디아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휴전 이후 첫 번째 국경 위원회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캄보디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양국 모두 '중립 장소'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선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협상 진행 여부 압박을 동반한 중재로 성사된 휴전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추가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선 아세안 감시단의 활동 범위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며 미국·중국·말레이시아가 참관인으로 참여한다. 모하마드 니잠 자파르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은 "양측 모두 휴전을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는 회담장 밖을 넘어서진 못했다. 회담장 밖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과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양국이 지난달 외국 외교관 등을 피해 현장으로 초청해 상대방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보여주고 있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전쟁 포로' 문제다. 캄보디아는 태국이 생포한 자국 군인들을 고문하고 비인도적으로 대우했다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에 태국 군 대변인은 "해당 군인들은 전쟁 포로 신분으로 휴전과는 별개로 무력 충돌이 완전히 끝나야만 송환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태국은 사로 잡은 20명의 캄보디아인 무장단체 소속 군인 중 부상당한 2명만 캄보디아에 송환했다. 다만 태국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인권사무소(OHCHR) 대표단이 억류된 캄보디아 군인들을 방문하도록 초청했다며 투명성과 인권적인 대우를 강조했다.
캄보디아에서도 주목할 만한 정치적 움직임이 나왔다.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이 "태국 군인들이 국가 영토 보전에 심각한 침해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권자인 훈센 상원의장이 아들인 훈 마넷 현 총리와 함께 군사·국방 문제를 지휘하도록 허가하는 왕실 칙령을 발표한 것이다.
72세의 훈센 상원의장은 이번 양국 국경 분쟁에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캄보디아 국민과 군대를 독려하고 태국과 태국 정치인들을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주요 간부들이나 군 지도자들과 회의하는 모습을 올리며 '이미지 정치'를 펼치기도 했다.
AP는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공개적인 반대 의견이 캄보디아 국내에선 나오지 않았다. 시하모니 국왕의 승인을 필요로 하거나 원할 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 "훈센 상원의장이 (총리직을 승계한) 아들 훈마넷 총리의 권위를 찬탈하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훈센 상원의장은 캄푸치아(캄보디아) 공산당의 무장 군사조직 크메르 루주 소속 게릴라 출신이다. 상원의장임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 등을 지휘하는 것을 비판한 태국 언론들에 대해 훈센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침략하는 도적들과 싸우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5성 장군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정당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