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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자산 표준화, 조속한 입법 완료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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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06. 15:22

이정훈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며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은 농업 중심의 후진국으로 GDP가 80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있던 산업 기반도 전쟁으로 파괴됐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의 주도로 경제 개발이 본격화됐다. 5개년 경제개발계획과 수출 중심 전략, 중화학공업 육성 등이 주요 정책이었다. 군사 독재와 인권 억압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었다고는 하나, 노동력의 헌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평균 8% 이상의 GDP 성장을 이뤘다. 1962년 27억 달러였던 GDP는 1989년 2300억 달러로 증가했다.

한강의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61년 9월 '공업표준화법'의 제정도 한몫했다. 합리적인 공업 표준을 제정하여 광공업 제품의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거래를 단순화 및 공정화하며, 나아가 소비를 합리화하여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의 이름은 2016년 '국가표준법'으로 바뀌었다.

한국 경제의 체질을 수출 주도 산업화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률이었다. 당시 한국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산되는 제품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해야 했다. 공업표준화법의 영향에 따라 한국이 생산하는 제품은 사양, 프로세스, 재료 등을 일관되게 정의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고 모든 생산 단위에서 기본 이상의 산출물을 만들 수 있었다.

기업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삼성은 반도체 및 전자 제품 분야에서 KS 표준 이상의 검사 항목을 도입했고, 내부 표준화 활동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 및 KS 인증 과정에서 안전 및 성능 표준을 초과하는 내부 품질 정책을 시행했다. 모나미는 153 볼펜의 내구성 및 잉크 안정성 정책을 1968년부터 시행하여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법에 제시된 표준 이상을 달성한 기업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 표준화가 산업을 키우고 경쟁력도 심어준 셈이다.

디지털자산 업계와 관련부처도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디지털자산 관련하여 사실상 어떠한 표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디지털자산 투자자에 대한 보호에 방점을 뒀다. 디지털자산 산업을 정의하고 표준화하는 법률은 없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주무부처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년 가까이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변경 신고 수리가 지연되면서 고파이 이용자들에 대한 채무 상환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신고 불(不)수리 이유의 이유를 밝혀달라고 탄원해도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입금이 가능한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거래소는 유독 K-코인을 상장하지 않는다. 엄격한 자체 상장 기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상장될 수 없는 상장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기준이 아니라 표준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초고속 인터넷 기반의 IT 성장을 일궈낸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인터넷 통신 규격을 통합하는 브로드밴드 표준화 작업을 완료한 뒤, 세일즈 외교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초고속 인터넷 위에 세워진 IT 기업을 키워냈다. 표준화에서 이어진 투자는 외환위기 후 네이버, 다음, KT, 엔씨소프트 등 기업의 유동성 확보와 경영 투명성 강화로 이어졌고 IT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라고 공약한 바 있다. 디지털자산 허브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산업을 표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사회적 합의와 객관적인 규칙을 기반으로 정해져야 하며,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규격화도 필수다. 다행히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입법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정무위원회로 회부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과 공포 단계를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자산 업계 종사자로서 하루 빨리 입법 완료가 되길 희망한다.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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