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에 터널 뚫는 공학기술적 경이"
"인도·방글라데시 옥죌 힘 중국에 부여"
"생물 다양성 보고 환경 피해, 지진 지역 재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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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1조2000억위안(232조원)이 투입되는 티베트 자치구 냥티(중국명 린즈<林芝>)시의 '얄룽창포강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가 중국의 해외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하류 지역의 이웃국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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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에너지 자립 의지 표명 극적 사례...깊고 긴 협곡에 터널 뚫는 공학 기술적 경이"
이 프로젝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고 긴 협곡의 급류를 활용하기 위해 높은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어야 하는 엔지니어링(공학 기술)의 경이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인프라 건설 계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자금을 투입하고, 티베트에 일자리와 비즈니스를 가져올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이 댐은 얄룽창포 대협곡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깊은 터널을 뚫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300마일(483km) 이상에 걸쳐 거의 2마일(3.2km) 가까이 수직으로 내려가는 U자형 굴곡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전력 생산을 메가 댐에 의존하지 않고, 터널 상단과 하단에 건설한 댐이 물로 터빈을 구동하는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신문이 각종 인터뷰와 중국 수문학자들의 온라인 게시물, 공식 성명서 등을 검토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댐 뒤의 대규모 저수지에 의존하지 않고, 물의 흐름을 이용하는 '유수식(run-of-the river)' 설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지난달 19일 이 댐 착공식에 참석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5개의 폭포식 얄룽창포강 발전소가 완공되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인 싼샤(三峽)댐 용량(882억㎾h)의 3배가 넘는 연간 3000억㎾h의 전력의 생산, 70억달러(9조7000억원) 규모의 고압 송전선을 통해 티베트에서 중국 남동부 해안의 경제 중심지인 광둥(廣東)성과 홍콩·마카오 등 약 400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수십년 동안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2006년 완공한 싼샤댐 건설을 위해 양쯔강(揚子江·長江)에 400마일(644km) 길이의 저수지를 만들고, 130만명의 주민을 이주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기술에서 식량까지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자립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년에 걸쳐 이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중국은 2023년 에너지 공급의 거의 4분의 1을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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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 보고 환경 피해, 지진 지역 재난 가능성 우려"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길이 3000여km의 이 강이 통과하는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 등의 자원을 옥죄는 힘을 중국에 부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마크 지오다노 지리학 교수는 "이 댐은 강에서 물을 빼내는 것이 아니다"면서 "강이 중국 한 부분에서 터널을 통과해 인도로 흐르기 전에 중국 쪽 강으로 다시 들어가도록 경로를 변경하는 터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희귀 영장류, 특히 눈표범·벵골 호랑이 등 다양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이 서식하고 있고, 산악지대로 지진 활동이 활발한 이 지역의 환경 피해와 재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아직 이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핵폭탄을 사용해 북쪽 경로를 폭파하는 것을 포함한 일부
기존 계획의 숨겨진 위험(pitfall)을 회피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1950년 얄룽창포강이 인도로 진입하는 북서쪽 약 50마일 지점에서 규모 8.6의 강진이 발생해 4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강을 막은 것을 포함해 수백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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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마 칸두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총리는 지난달 8일 인도 PTI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시기적절하지 않은 방류가 계절적 홍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민들에게 실존적 위협이 된다며 "중국이 이를 일종의 '물 폭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인도는 인도 잠무·카슈미르주, 시킴주와 함께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 정확한 국경 없이 3488km의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하고 있고,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주를 '짱난(藏南·남티베트)으로 부른다.
이 LAC 지역은 1962년 중국-인도 전쟁 당시 주요 전장이었고, 2020년 5월 판공호 난투극, 그리고 1967년 이후 53년 만에 최다의 인명 피해가 난 2020년 6월 잠무·카슈미르주 라다크의 갈완 계곡의 '몽둥이 충돌' 등이 발생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