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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동남아 진출 ‘본격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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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08. 12. 16:25

- 베트남發 K-방산 계약 서명..…태국·말레이·필리핀 등 ‘차기 고객’ 줄잇나
- 동남아,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무기 현대화의 블루오션’
0812 FA-50 & F-16 필리핀
2023년 5월 12일 필리핀 공군의 제7전술전투비행대대 소속 FA-50PH와 미 공군의 제14전투비행대대 소속의 F-16 파이팅 팰콘 앞에서 장병들이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 클락 공군기지, 사진=미공군(U.S.Air Force)
한국산 무기는 이미 동남아 곳곳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필리핀 공군이 2019년 도입한 FA-50 경공격기는 남중국해 방공 식별구역에서 수시로 훈련을 수행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 KAI와 T-50i 고등훈련기 16대를 계약한 데 이어, 최근 FA-50 6대 추가 구매를 확정했다.

하지만 육상 화력 분야는 그간 서방·러시아·중국산 장비가 주류였다. 특히 베트남은 러시아제 무기 의존도가 70%를 넘는 전형적인 '러 무기 시장'이었다. 그 베트남이 K-방산의 대표적인 무기체계인 'K-9 카드'를 꺼냈다는 건, 러시아 공급망 불안과 서방 무기시장 편입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린 결과라고 방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K-방산, 동남아 진출 '본격화 신호탄'

이준곤 교수(건국대 방위사업학과) 등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동남아 최대 육군력을 가진 베트남이 K-9을 선택한 건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이자 '시장 신호'"라며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인근국도 발걸음을 재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난 11일, 베트남 국방부는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구체적인 물량과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업계 안팎에선 24문 이상이 1차로 공급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계약이 공산권 국가의 첫 K-9 도입이라는 점이다.

0812 한화에어로 K-9 인도 수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인도와 K-9 자주포 2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4월 3일 공시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동남아, '무기 현대화의 블루오션'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무기 현대화의 블루오션'으로, 이들 국가들의 방위산업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K-방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분석 근거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은 모두 'Vision 2030'식 장기 국방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이준곤 교수는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태국의 경우 2030년까지 포병 전력 절반 교체. K-9 실사격 시험평가 완료, 예산 배정만 남은 상황이며, 말레이시아는 해안포·자주포 동시 교체 사업 검토, K-239 '천무' 다연장로켓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 필리핀은 남부 반군 소탕·남중국해 분쟁 대비, 자주포 도입 예산 5억 달러 규모 책정한 상황이고, 인도네시아는 이미 K-2 흑표 전차 도입 타진, 장기적으로 200대 이상 필요하다고 이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K-방산 무기체계의 강점은 '가성비'와 '후속 지원 능력'이다. 독일과 프랑스등 유럽산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고, 러시아·중국산 대비 정비·부품 지원이 빠르다. 또한 국내의 혹독한 더위에 대비한 설계로 동남아의 더운 기후·열악한 도로 환경에 맞춘 개량형 공급 경험도 풍부하다.

△ 지정학 변수, 그러나 기회도

한편 동남아는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이다.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고, 인도네시아·태국은 균형외교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론 서방 장비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강은호 교수 (전북대 방위산업소장, 前 방위사업청장)는 한국 무기는 이 틈새를 공략할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명한 글로벌 방산전문가인 강은호 교수는 분석 근거로 K-방산 무기체계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호환되는 무기 체계 덕에 서방 군사 네트워크 편입이 용이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굳이 자극하지 않는 '중간지대 무기'로 인식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는 동시에 정치·재정적 리스크도 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첫째로, 동남아 국가들의 정치불안요소로 군부 쿠데타와 정권 교체 시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으며, 둘째로, 재정제약요소로 코로나 이후 국가 부채 증가로 대규모 무기 구매 지연 가능성이 상존하며, 세째로, 경쟁심화요인으로 터키등기존 방산 수출들의 가격경쟁·기술이전 조건으로 K-방산에 공세를 가할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 'K-방산 2.0' 전략 필요

강교수는 베트남 K-9 수출을 '계약의 끝'이 아니라 '시장 진입의 시작'으로 본다고 강조하며, 단발성 판매를 넘어, 현지 조립·부품 생산·정비창 설립 등 장기적 사업모델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폴란드 K-2 사업처럼 현지 생산·기술이전을 결합해야 동남아 시장에서 장기 계약이 가능하다"며 "동남아 각국의 정치·문화·군 조직구조를 이해한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베트남 효과' 확산 전망

실제로 베트남이 K-9 운용을 시작하면, 인근국 시찰단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웃 나라가 쓰는 무기'는 강력한 구매 동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합참 출신의 한 전직 장성은 본지와의인터뷰에서 "베트남이 K-9 자주포등 한국산 포병 시스템을 쓴다면, 동남아 포병 전력 지형이 달라진다"며 "훈련·탄약·정비 분야에서 역내 공동 운용 모델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베트남 K-9 계약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다. 러시아 무기에 기댔던 공산권 시장을 열었고, 동남아 포병 현대화 경쟁의 '스타팅 건'을 울렸다. 이제 K-방위산업의 과제는 '첫 계약'에서 '지속 사업'으로의 전환이다. 동남아는 아직 열리지 않은 블루오션이지만, 기회 창은 길지 않다. 베트남발 K-방산 바람을, '거대한 시장 파도'로 키울 수 있느냐가 승부처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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