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서방시장 편입 맞물려
韓, 미·중·유럽 외교관계 중간지대
"K-9 수출, 동남아 시장 진입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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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육상 화력 분야는 그간 서방·러시아·중국산 장비가 주류였다. 특히 베트남은 러시아제 무기 의존도가 70%를 넘는 전형적인 '러 무기 시장'이었다. 그 베트남이 K-방산의 대표적인 무기체계인 'K-9 카드'를 꺼냈다는 건, 러시아 공급망 불안과 서방 무기시장 편입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린 결과라고 방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준곤 교수(건국대 방위사업학과) 등 전문가들은 "동남아 최대 육군력을 가진 베트남이 K-9을 선택한 건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이자 '시장 신호'"라며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인근국도 발걸음을 재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무기 현대화의 블루오션'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은 모두 'Vision 2030'식 장기 국방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이준곤 교수는 언급했다.
한편 동남아는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이다.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고, 인도네시아·태국은 균형외교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론 서방 장비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강은호 교수(전북대 방위산업소장, 전 방위사업청장)는 한국 무기는 이 틈새를 공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방산 학계와 산업계에서 저명한 글로벌 방산전문가인 강은호 교수는 분석 근거로 K-방산 무기체계는 미국과 함께 유럽의 NATO 회원국들과 호환되는 무기 체계 덕에 서방 군사 네트워크 편입이 용이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굳이 자극하지 않는 '중간지대 무기'로 인식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강 교수는 베트남 K-9 수출을 '계약의 끝'이 아니라 '시장 진입의 시작'으로 본다고 강조하며, 단발성 판매를 넘어, 현지 조립·부품 생산·정비창 설립 등 장기적 사업모델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폴란드 K-2 사업처럼 현지 생산·기술이전을 결합해야 동남아 시장에서 장기 계약이 가능하다"며 "동남아 각국의 정치·문화·군 조직구조를 이해한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웃 나라가 쓰는 무기'는 강력한 구매 동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트남발 K-방산 바람을, '거대한 시장 파도'로 키울 수 있느냐가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