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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칼럼] 대한민국 국군에 세워진 새 이정표 ‘AI 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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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8. 18:02

-"재래식은 줄이고, AI로 간다"는 대통령실 국방예산 편성지침은 안보전략의 중대한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와 전통적 전력의 균형
-이번 지침은 한국이 '무기 생산국'을 넘어 'AI 국방 솔루션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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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재래식은 줄이고, AI로 간다." 대통령실이 내년도 국방예산 편성 방향을 두고 내린 이 지침은 한국 안보전략의 중대한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전차·포병 중심의 군사력 강화에서 벗어나, 드론·AI·무인체계로 대표되는 첨단 무기체계 중심으로 국가의 군사 역량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예산의 조정이 아니라, 한국군의 '전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선언이라 할 만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전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천억 원짜리 전차가 불과 수십만 원대 드론의 먹잇감이 되고, 값비싼 장거리 미사일 대신 AI 기반 표적 탐지·타격 시스템이 전황을 좌우한다. 전쟁의 비용 구조, 승패의 논리가 바뀌고 있다. 대통령실이 "병력 중심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지침은 '획득 절차'의 관행을 뒤흔든다. 과거에는 무기 개발→시험→양산→전력화로 이어지는 장기간의 절차가 당연시됐다. 그러나 이제는 이른바 '민첩형 무기개발(Agile Defense)'을 도입한다.

기술 성숙도가 확보된 드론·무인정찰기·무인수상정 등은 즉각 실전 배치하고,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다시 연구개발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 안두릴, 팔란티어 같은 기업들이 보여준 AI 전쟁 생태계의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국내 방산업계에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회다. 한국은 이미 K2 전차·K9 자주포로 폴란드·노르웨이 등 유럽 시장을 석권하며 '재래식 무기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미래 방산시장의 주력은 AI 융합 무기체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인·AI 전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재빠르게 방향을 틀지 않으면, 곧 '추격자'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AI 국방 솔루션 전용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을 30% 이상 늘린 것은 바로 이런 위기감의 산물이다.

다만 속도전의 그림자는 무겁다. 기술 성숙도가 충분치 않은 체계를 서둘러 실전에 배치할 경우, 군의 부담과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무인체계는 해킹·전자전 공격에도 취약하다. 정부가 별도의 시험·운용 부대를 편성해 위험을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조기 배치'가 과연 국방 안정성과 조화를 이룰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와 전통적 전력의 균형이다. 드론과 AI가 전장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그것이 재래식 전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포병 화력과 기갑 전력이 없는 군은 결코 강군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재래식 전력의 축소가 아니라, 새로운 전장에 맞춘 전력 구조의 재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AI 무기는 전통 무기와 결합할 때 비로소 '시너지'를 발휘한다.

국방은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지침은 한국이 '무기 생산국'을 넘어 'AI 국방 솔루션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다. 한국이 드론·AI·무인체계 분야에서 확실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K-방산의 글로벌 4강 도약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준비 없는 전환은 자칫 'AI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의 이번 결정은 분명 시대적 흐름을 꿰뚫은 과감한 선택이다. 그러나 진짜 과제는 이제 시작이다. 방산업계·군·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기술개발과 실전 운용, 그리고 글로벌 수출 전략을 유기적으로 묶어내야 한다.

한국형 AI 강군의 꿈은 단지 예산 확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치밀한 전략, 위험 관리, 그리고 세계 시장을 향한 담대한 도전이 동시에 따라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꿈이다.

AI기반의 육해공 무인무기체계들은 핵무기와는 다른 차원의 현재와 미래 전장의 승리 또는 패배를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안보를 지켜주는 '창'이 될지, 혹은 관리되지 못한 '양날의 칼'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대통령실의 지침은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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