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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2005년 첫 개인전 '여정' 시리즈에서 전통 산수화의 여백을 강조한 화면을 선보인 이래, '구름 속의 산책', 'Hidden Place' 등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특히 2020년대 이후에는 양평 작업실 인근의 나무들을 관찰해 이를 상상력과 결합한 현대적 산수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작가에게 나무와 숲은 오랜 세월 산행과 여행 속에서 교감해온 대상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어린 시절 기억 속 수석과 분재, 난초 등을 모티브로 삼아 곤충의 표피 같은 문양과 유기적 패턴을 통해 생명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또한 매일 일기처럼 그린 드로잉 작업을 실험적 회화로 확장하며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은밀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전시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1관에서는 최근 드로잉 작업을, 2관에서는 2005년 전후의 '여정' 시리즈를, 3관에서는 수묵채색 산수화와 팝아트적 감각의 나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허준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정부미술은행), 전남도립미술관, 남농 허건 기념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는 "길가의 나무와 숲은 나의 오랜 친구와 같다"며 "이번 전시는 30년간 이어온 창작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자리"라고 말했다.